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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다독인 시험지 위 한 줄…역대 필적확인문구들

중앙일보

입력

15일 시행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필적확인문구. [사진 연합뉴스]

15일 시행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필적확인문구. [사진 연합뉴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15일 시행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필적 확인 문구는 김남조의 시 ‘편지’의 첫 구절이었다. 수험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치르는 시험 속 위로가 되는 한 줄의 문구가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는 평이다.

수능 필적확인문구는 대리시험을 방지하기 위한 부정행위 방지 조치의 하나로 약 12~19자의 문장을 OMR 답안지에 받아쓰는 것이다. 2006학년도 수능 때 처음 도입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필적확인문구는 자음과 모음 등이 적절히 섞여 있어 기술적으로 필적 확인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작가의 작품 중 ‘맑은’ ‘밝은’ ‘희망’ 등 수험생에게 긍정적 기운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단어가 포함된 문구로 선정한다. 평가원 직원들을 비롯한 수능시험 출제 관계자들이 3~5배수 후보군을 선정한 후 최종 결정한다.

첫 수능 필적확인문구는 윤동주 ‘서시’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었다. 직전 학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했던 터라 ‘부끄럼 없이 시험을 치르라’는 의미에서 채택됐다는 말이 돌았다.

2017학년도 3월 모의고사 필적확인 문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2017학년도 3월 모의고사 필적확인 문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첫 모의고사였던 3월 모의고사 속 필적확인 문구는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였다. 박치성 시인의 ‘봄이에게’ 중 한 구절로 수험생에게 힘이 되는 문구로 화제가 됐다.

2018학년도 10월 모의고사 필적확인문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2018학년도 10월 모의고사 필적확인문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또 지난 10월 수능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모의고사에는 ‘밝고 환한 빛으로 들꽃처럼 환히 웃는 너’였다. 이는 김용택 시인의 ‘참 좋은 당신’의 한 문장을 발췌, 각색한 것으로 보인다. 원문은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다. 수험생들은 “길다고 짜증 내는 친구도 있었지만 응원해주는 것 같아 힘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2007학년도 수능 필적확인 문구는 ‘넓은 벌 동쪽 끝으로’(정지용의 ‘향수’), 2008학년도는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윤동주의 ‘소년’), 2009학년도는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윤동주의 ‘별 헤는 밤’)였다.

2010학년도는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2011학년도에는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정채봉의 ‘첫 마음’), 2012학년도에는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2013학년도는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정한모의 ‘가을에’)가 사용됐다.

2014학년도와 2015학년도, 2016학년도는 각각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박정만의 ‘작은 연가’)와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문태주의 ‘돌의 배’),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주요한의 ‘청년이여 노래하라’)였다. 2017학년도와 작년은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정지용의 ‘향수’)과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김영랑의 ‘바다로 가자’)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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