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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그리고 북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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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대구~부산을 잇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사업은 2002년 공사가 시작됐다. 당초 2004년 서울~동대구 사이 1단계 구간을 개통한 뒤 착공 예정이었으나 경기 활성화와 지역 숙원사업 해결 차원에서 2년을 앞당긴 것이다. 완공 예정도 2010년에서 2008년으로 당겨졌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치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천성산터널(원효터널)’ 공사였다. 2003년 2월 터널 공사를 시작하려고 하자 “도롱뇽이 서식하는 생태계가 파괴된다”며 지율 스님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환경단체들도 가세해 천성산터널 공사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공사를 중단하고 대안 노선을 검토했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해 그해 9월 공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공사금지가처분 신청(도롱뇽 소송)이 제기됐고 법원 결정이 나오기까지 공사는 길게는 3개월, 짧게는 한두 달씩 몇 차례 중단됐다.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도 있었다. 시간이 지체되면서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비용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2008년 완공 목표는 이뤄지지 못했고, 이보다 늦은 2010년 2단계 구간을 개통할 수 있었다.

이후 여러 언론에서 천성산을 찾아 생태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도했다. 하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명확한 근거 없이 제기된 논쟁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만 지출된 셈이었다. 물론 무분별하게 추진되어 온 SOC 건설에 ‘환경 보호’라는 큰 화두를 던진 의의는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가 적지 않았다.

최근 북한산이 그런 논란을 앞두고 있다. 파주(운정)~동탄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사업 구간 중 460m가 북한산국립공원 지하를 관통하는 계획에 대해 환경부가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다. 환경부는 지난달 민간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회신에서 북한산을 우회하는 대안 노선도 비교 검토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우회하라는 요구인 것으로 철도업계는 해석한다. 환경단체도 북한산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 노선 채택에도 여러 난제가 있어 GTX-A 사업이 상당 기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의 허파인 북한산을 보호하자는 취지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지하 127m 깊이로 북한산을 통과하는 것이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무조건 북한산 통과는 안 된다는 주장은 곤란하다. 터널이 환경보호에 오히려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국내외 사례도 여럿 있다. 천성산의 교훈을 잊지 말길 바란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