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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과주말을] 죽음 직전에 토해낸 피 같은 구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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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지음,류시화 옮김
이레, 266쪽, 9800원

2년 전 타계했던 저자의 장례식은 독특했다. 흑인 성가대 옆에 유대교 랍비, 인디언 주술사들와 함께 티벳불교 스님까지 그녀의 '마지막 여행'에 동참했다. 의식의 절정은 고인의 두 자녀가 관 앞에서 작은 종이 상자를 열었던 순간. 한 마리 나비가 포르릉 날아올랐다. 나비, 그것은 저자가 '번데기 삶'에서 벗어나'나비 세상'으로 다시 태어났음을 알렸다. 우화등선(羽化登仙)쯤 될까?

미국 호스피스(임종 봉사활동)운동의 선구자였던 저자 로스는 자신의 40년 봉사활동을 그렇게 접었다. 그 직전 그는 '백조의 노래'하나를 우리들에게 남겼다. 자신이 만났던 죽음 직전의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인생 수업'을 만든 것이다. 저자의 질문은 간단했다. "인생에서 꼭 배워야할 것은 무엇인지요?"

돌아온 뉘우침 중에 "사무실에 좀더 늦게까지 일할 걸"이라거나 "돈이 더 있었더라면…"이라고 말한 이는 없었다. 전혀. 대신 "난 내 꿈을 제대로 추구해본 일이 없어" "돈의 노예 노릇 대신 진정 해보고 싶은 것을 했어야 했어"라는 말들이 줄을 이었다.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이것이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 옮긴이는 그렇게 이 책의 메시지를 압축한다. 삶의 끝자락에서 건져올린 진솔한 언어라서 울림이 크다. '류시화 표'번역이라서 문장도 꽤 매끄럽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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