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장’ 김수현 “외람되지만 김동연-장하성 체제는 효율성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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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침체라는 단어를 쓰기는 성급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경제가 침체 국면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 질의를 받고 “경제가 하방압력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국제적인 시장 환경 등을 볼 때 침체라거나 위기라는 표현을 쓸 단계는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이 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이 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 실장은 이어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이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다고 예측한 것은 일관된 동향”이라는 이 의원의 반박에 “외람되지만 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임인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6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 한 발언과 다소 다르다. 당시 장 전 실장은 ‘한국 경제가 위기다’라는 야당 측 주장에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져있다는 표현은 굉장히 과한 해석”이라면서 “경기가 둔화됐다거나 침체됐다는 표현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경기침체 불인정에 야당은 곧바로 반발했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니 둔화라고 표현한 거 같은데, 그럼 마이너스가 돼야 위기라는 것이냐”며 “용어를 갖고 논쟁할 게 아니라 실제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제)의 준엄함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도 “현재 경제의 어려움은 이게 침체냐, 위기냐 용어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회복의 시동을 걸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인식과 괴리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김 실장은 “마치 제가 경제가 좋다는 것처럼 강변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말씀드리지만, 정부가 걱정하고 있다는 말씀을 확실히 드린다”며 “어떤 표현을 쓰든 정부가 준비하는 자세는 훨씬 엄중하게 준비해야 하고, 염려하시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해명했다.

김 실장은 또 전임 '경제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 전 실장의 관계에 대해 “외람된 표현이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실장 취임 전에 사회수석으로 있으면서 투톱 간 갈등설에 대해서 어떻게 봤느냐”는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질문에 “(둘이) 분위기를 더 맞춰서 갈 수도 있지 않았나, 그런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후보자와의 관계 설정과 관련해서는 “경제 운용에 있어선 경제부총리가 책임자”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홍 후보자가 주 1회 기업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킨십 늘리겠다고 했는데, 청와대에서도 다양한 경제 주체를 만나 소통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의 지적에 “생각을 같이하지만, (정책실장이) 공개적으로 자주 만나서 경제부총리에게 지장 주는 듯한 모습을 절대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경제팀을 전격 교체한 것과 관련,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게도 질타가 쏟아졌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13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국당 윤재옥 의원은 “(지금 경제 투톱을) 바꾸지 않으면 난리가 날 그런 상황이라면 몰라도, 이런 건 비서실장이 정무적으로 국회 입장도 고려해서 판단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오늘 김 부총리가 원내대표실에 인사를 와서 제발 예산안을 법정 시일 내에 처리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하더라”며 “대통령이 자른 장관이 국회에 와서 예산안 처리를 잘해달라고 하는데, 뭘 믿고 예산을 처리해주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임 실장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종합적으로 경제팀 교체를 통한 일신이 필요하다고 보신 것”이라며 “현 정부에선 장관이 마지막 날까지 소임을 다하는 좋은 전통이 이미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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