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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미협서 분가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예를 한국 미술 협회의 분과에서 독자적인 협회조직으로 분리, 운영하려는 서단의 움직임이 최근 들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5일 대전 리베라호텔에서 37명의 시·도 대표들이 참석, 발기 모임을 갖고 곧바로 동조세력 확보를 위한 서명작업에 들어갔던 한국 서예 협회 창립 준비위원회 (위원장 송하경)는 21일 오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재야가 중심이 된 전국의 서예인 1천4백74명이 서예협회의 별도창립에 찬동,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각종 공모전에서 입선이상의 경력을 가진 서예인 약 3천명을 대상으로 서명작업을 진행해온 준비 위원회 측은 앞으로 미 서명자 5백명 정도를 더 끌어들인 뒤 정관에 대한 마무리 손질을 거쳐 오는 4월1일 창립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새로 발족될 한국 서예 협회는 전국 2백만명이라는 잠재 인구를 갖고 있는 서예계가 한국 미술협회의 한 분과로 수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아래 지난해 연말부터 일부 재야 서예인 사이에서 창립 준비를 위한 논의가 일기 시작했으며 오는 4월 창립과 함께 사단 법인체로 등록을. 마치는 대로 미협과 대등한 입장에서 예총 산하단체로 가입, 활동하는 것을 1차 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은 또 지방 서단의 팽배한 불만을 수렴하여 지금까지 미협이 주관해 오던 대한민국 미술 대전의 서예 부문을 새로 발족할 서예협회 측이 유치, 심사 내용의 공개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진정한 서예발전의 양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서예협회 창립 준비 위원장 송하경씨(49·성균관대 교수)는『전국 규모의 주요 전시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작가가 3천명이 넘고 전문 서예관의 건립, 대학내 서예학과의 신설, 국제교류 활성화 등 서단의 여건이 전에 비해 크게 다양·다변화하고 있는 이때 서예를 미협의 한 분과로 가두어 두는 고식적 대응으론 서단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협회 창립을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서예 문화권인 중국·대만·일본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각각「중국 서법가 협회」「중화민국 서법 학회」「전 일본 서도연맹」등의 서예 독립기구가 설립되어 국가 및 사회의 직·간접적인 지원아래 전통예술 창달에 크게 공헌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한편 이같은 서단의 협회창립 움직임에 대해 김서봉 한국 미협 이사장은『미협내 각 분과를 궁극적으론 협회형식으로 독립시켜 가겠다는 것이 당초에 집행부의 복안이며 공약이었으나 우리의 개혁실천 방향을 좀더 지켜보지 않고, 더우기 서예 분과 위원회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도 않은채 지방 서예인들을 부추겨 서명 등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현재 미협 서예분과 위에는 지방을 제외하고 총1백97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데 임원인 17명의 분과위원 중 심우식 김태정씨 등 2명이 서예협회 창립에 동조, 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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