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서 건너와 한국 축구에 푹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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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상의 시나리오-이운재는 체중을 줄이고 늘씬한 몸매로 2002년 월드컵에서처럼 상대 공격수의 슈팅을 여러 차례 걷어낸다. 그의 선방 덕에 한국은 이번에도 큰 성과를 거둔다.

#최악의 시나리오-수개월간 감량에 애썼건만 독일은 다이어트하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다. 독일 소시지와 맥주.케이크에 맛 들린 이운재는 토고전에 가는 길에도 줄곧 먹어댔고 버스 좌석에 끼어 고초를 겪는다.

어느 입담 좋은 한국 축구광이 썼을 법한 이 글의 필자는 영국인이다. 한국 축구를 사랑해 5년째 '축구 한류'를 세계로 타전하는 남자, 존 듀어든(33.사진). 포털사이트 엠파스에 '존 듀어든의 톱 코너'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가디언.인디펜던트 등 영국 일간지와 골닷컴(www.goal.com) 등 주요 축구 웹사이트에 한국 소식을 전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다.

"한국 축구에 반해 한국에 온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젠 푹 빠져 있죠."

한국 경기 속보를 제외하고, 칼럼 형태로 쓰는 기사만 일주일에 7~8건. 지난해 12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톱 코너'를 보면 그의 식견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이운재가 훈련 시작 25분 만에 지쳐 훈련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듣고선 '25분짜리 골키퍼는 필요 없다'라는 글을 썼다. 공격적인 관점에 적절한 해외 사례가 버무려진 이 글은 축구팬 사이에서 일약 화제가 됐다.

"전생에 한국인이었을 거란 말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축구에 대해 더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취재력도 탁월하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감독이 하루 만에 한국팀에 대한 평가를 바꿨다는 기사도 그가 맨 처음 골닷컴에 올렸고, 이를 국내 기자들이 줄줄이 받아썼다. 대표팀 출국 직전 아드보카트 감독과 단독 인터뷰를 해 "차두리는 윙백과 윙포워드 어느 쪽에든 경쟁력이 떨어져 탈락한 것"이라는 코멘트를 직접 끌어내기도 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 태생답게 '풋볼 키드(football kid)'로 자란 그는 영국 런던대 재학 시절부터 틈틈이 축구 칼럼을 썼다. 졸업 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영국의 축구 월간지 '442'에 글을 기고하던 중 한.일 월드컵을 맞아 한국 통신원으로 2001년 한국에 왔다. 친구 소개로 만난 한국인 아가씨와 지난해 6월 결혼도 했다.

그가 우승국으로 꼽는 나라는 잉글랜드.이탈리아.독일. "어느 나라에 베팅할 거냐"는 질문에 "우승국 내기는 안 하는 편이다. 대신 골든슈(최다득점자) 베팅을 하라면 오언(잉글랜드)과 안정환에 걸겠다"며 윙크했다.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한국 선수론 주저 없이 이천수를 꼽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입성도 가장 유력하다고 봐요. 이왕이면 내 고향 팀 블랙번 로버스에 입단했으면 좋겠어요."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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