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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 좋은 '부시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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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004년 6월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80회 생일 모임에 참석한 뒤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용기에 탑승하면서 수행비서인 블레이크 고츠맨에게 애완견 바니를 맡기고 있다. [웨이코(텍사스) AP=연합뉴스]

자신을 '미국 대학 중퇴생 중 가장 행운아(luckiest college dropout in America)'로 부르는 청년이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수행비서 블레이크 고츠맨(26)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대학 1년 중퇴가 최종 학력임에도 불구하고 올 가을 학기부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에서 석사 과정을 밟게 됐다. 원칙적으로는 입학이 불가능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써준 추천서가 결정적 힘이 됐다.

부시 대통령과 같은 텍사스 토박이인 그는 평소 자신을 부시의 분신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부시 대통령도 그를 매우 신임했다는 게 백악관 참모들의 말이다. 비서실의 한 직원은 "부시 대통령이 고츠맨과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보도에 따르면 그가 부시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 년 전. 텍사스주 오스틴의 스티븐 F 오스틴 고등학교에 다니던 그는 부시 대통령의 딸인 제나와 사랑에 빠졌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팀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였다. 부시 대통령은 당시 제나와 사귀던 고츠맨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이후 고츠맨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클레어몬트 매케나 단과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1999년 1학년을 마치고 부시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대학을 중퇴한 뒤 부시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나중에 "나는 당시 부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래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부시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그는 앤드루 카드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밑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허드렛일만 맡았다. 대통령이 좋아하는 박하사탕을 챙기고, 땅콩 버터와 잼을 바른 샌드위치를 만들며, 걸려온 전화를 메모하는 게 주임무였다. 부시의 애완견 바니와 비즐리를 돌보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2002년 2월 어느 날 부시 대통령이 그를 따로 불렀다. 그러곤 "나의 24시간 수행비서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 고츠맨은 당연히 부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4년 넘게 그는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관리하고, 연설문을 챙기며, "연설 시작 2분 전입니다"라고 대통령의 귀에 속삭이는 일까지 하고 있다. 부시가 가는 곳이면 국내외 어디라도 함께 간다.

조 하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수석 보좌관에서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백악관의 모든 사람과 친구로 지낸다"며 고츠맨의 친화력을 높이 샀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는 비서 역할에 충실한 것처럼 보였지만 내심 자신만의 꿈을 키웠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백악관 생활만 마치면 대학에 들어갈 것이고, 졸업한 뒤에는 HBS에 입학할 것"이라고 종종 말했다고 한다. 마침내 부시 대통령 덕에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꿈을 이루게 됐다.

HBS 홈페이지에는 입학 허가 요건 중 첫째가 '학사 학위 소유자여야 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그가 입학하게 된 데 대해 짐 애스너 HBS 대변인은 "예외는 언제나 있게 마련"이라며 "고츠맨은 충분히 HBS에서 공부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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