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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동쪽, 딸은 서쪽으로…정반대로 흘러간 모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에서 딸을 안고 이불에 감싼 채 바다 쪽으로 향하는 엄마 장씨의 모습이 주변 상가 폐쇄회로(CC) TV에 찍혔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에서 딸을 안고 이불에 감싼 채 바다 쪽으로 향하는 엄마 장씨의 모습이 주변 상가 폐쇄회로(CC) TV에 찍혔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 여아의 엄마가 지난 7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엄마와 딸은 마지막으로 행적을 남긴 곳으로부터 서로 정반대 지점에서 발견돼 의문을 자아냈다.

8일 제주 해양경찰서는 7일 오후 6시 39분쯤 제주항 7부두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여성 시신 1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인근에서 낚시하던 주민이 한 여성의 시신을 목격해 해경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가 시신을 제주시 내 병원으로 이송했다. 지문 감식 결과 시신은 지난 4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해안 갯바위에서 숨진 채 발견된 A(3)양의 엄마 B(33)씨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31일 파주에서 제주로 내려온 B씨 모녀는 지난 2일 오전 2시 47분쯤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 부근에서 마지막 행적을 남기고 사라졌다. 인근 CCTV 확인 결과 B씨는 딸 A양을 데리고 나와 택시를 타고 용담 해안도로에서 내려 바닷가 쪽으로 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이후 모녀가 다시 도로 위로 올라온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해경은 이 부근에서 모녀가 사망해 표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두 모녀는 마지막으로 행적을 남긴 지점으로부터 서로 정반대의 지점에서 각각 주검이 되어 발견됐다. 먼저 발견된 A양은 마지막으로 행적이 확인된 지점에서 서쪽 방향 직선거리로 15k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사흘 뒤 발견된 B씨는 동쪽 방향 직선거리로 약 5km 떨어진 제주항 7부두 하얀 등대 방파제 부근에서 발견됐다.

해경에 따르면 해상 사고 실종자가 사고 추정지점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지난 8월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실종된 여성이 섬 반대편인 서귀포시 가파도 해상에서 발견되는 등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시신이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이번 사례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며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해상 사고의 경우 같은 곳에서 숨졌더라도 조류나 해류 흐름 등에 따라 시신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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