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의 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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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춘투」라는 말은 춘계임금투쟁이라는 말을 이웃 일본에서 써온 줄임말이다. 이 용어를 어느새 우리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사분규현장을 보며 그 살벌한 분위기에 착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지킬 것과 고칠 것은 무엇일까, 꼭 투쟁이어야 하는가, 좀더 이성적으로 해결될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기업, 모든 노사관계가 그토록 살벌하고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기 때문에 착잡한 우려를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그 예를 나전모방이라는 회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한국경총에서 「보람의 일터」수상업체로 선정된 이 회사의 이야기(본지 17일자)는 많은 교훈을 준다.
종업원 6백50명 정도의 이 회사가 경영난으로 도산위기에 직면했을 때 수마까지 겹쳤지만 사주·근로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3년만에 회사를 살려냈다.
회사를 먼저 살리고 보아야겠다는 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에 감동한 사주는 자신의 소유주식 중 30%를 종업원들을 위해 흔쾌히 내놓았고 그때부터 경영의 공개, 성과의 공정배분에 더욱 힘썼다. 사주가 노사 평화를 위해 노사 일체감 실천에 앞장선 것이다. 종업원들은 급료수준이 경쟁사보다 낮은데도 그것을 이해하여 이탈하기는 커녕, 회사의 성장에 발벗고 나서 매상을 늘리고 적자경영을 흑자경영으로 전환시키는데 진력했다. 「직장을 내집처럼 여기자」 「종업원은 서로를 가족처럼 알자」는 기업가족주의는 오늘날의 기업형태나 기업규모로 보아 목가적인 구호가 될지 모르겠지만 선진외국에서도 그것을 이상으로 하여 한걸음 한걸음 성공한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런데 한국기업의 경영자 중에는 아직도 가부장적 권위주의에 빠져 근로자를 생산을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는 사실이 문제가 된다.
현대적 경영에서도 인간경시사고의 불식과 인본주의의 존중은 불가결의 원칙이다. 나전모방의 경영주는 기업이 근로자와 더불어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동 운명체임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부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 노사화합이 갈 안되는데는 근로자측에도 책임이 적지 않다.
회사야 어찌되건 우선 「내몫」 챙기기에 앞뒤 안가리고 달려드는 근로자들은 전부 아니면 전무의 극단주의를 고집하여 대화와 협상이 어렵다. 협상이란 인내와 양보가 전제돼야 성공의 여지가 있는 법인데 일부 근로자들은 일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고 가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크고 작은 노사분규 현장에서 아직도 폭력이 난무하고 이른바 구사대, 어용노조가 등장하여 불신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은 기업이 노사의 공동체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데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기업가족주의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 노사가 서로를 이해하고 힘을 합치면 쓰러지던 회사가 일어설 수 있고 대립과 투쟁 대신에 신뢰와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보람의 일터」를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한 기업의 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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