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기초단체장] 서울 첫 여성구청장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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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영순 후보가 송파구청장 당선이 확정된 뒤 지지자에게서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태성 기자

"송파구를 명품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서울시 사상 첫 여성 구청장이 된 김영순(57.한나라당) 당선자는 개표 초반부터 압도적인 표 차로 앞서 나가자 "유권자들에게 내세운 공약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서울시에서 여성이 1급(관리관)까지 오른 경우는 있었으나 구청의 수장(首長)이 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김 당선자는 앞으로 4년 동안 구청 공무원이 1460여 명, 연간 예산이 2600억원이나 되는 큰 조직을 이끌게 된다. 인구는 60만 명으로 노원구에 이어 서울에서 둘째로 많다.

김 당선자는 경선 없이 전략 공천을 받아 일찌감치 승리가 예견됐었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우위를 보여 준 지역적 특성 때문에 '공천=당선'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한 김 당선자는 1988년 통일민주당 여성국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여성단체에서의 활동을 눈여겨본 김영삼 당시 총재의 눈에 띈 것이다. 그 뒤 신한국당 중앙연수원 부원장.부대변인을 지냈고 김영삼 대통령 후보 시절 여성특보를 거쳐 여성부의 전신인 정무제2장관실 차관이 됐다. 남성 못지않은 폭넓은 인간관계 덕분에 '마당발'로 통하며 당 안팎에서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변 사람들은 "국회의원을 하고도 남을 인물"이라고 말한다.

김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 '총리급 구청장론'을 내세웠다. 제2롯데월드 건립, 거여.마천 뉴타운 개발, 문정.장지지구 개발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을 해결하려면 중앙 정치무대에 많이 알려진, 중량급 인사인 자신이 적임자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먹혀들면서 현역 구청장 등 네 명의 경쟁자를 여유 있게 물리쳤다.

가락농수산물시장 이전과 관련해 김 당선자는 "악취와 교통난 때문에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전만이 해결책은 아니다"면서 "구민의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송파에는 올림픽공원과 롯데월드 등 훌륭한 스포츠시설과 위락시설이 있으며 백제 왕조의 유물 등 문화 환경도 조성돼 있다"며 "강남.서초와 차별화된 송파를 만들어 가겠다"고 구청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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