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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성적표 … 침통한 민노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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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 문성현 대표, 권영길 의원, 노회찬 의원(오른쪽부터) 등이 당사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린우리당만큼은 아니지만 민주노동당도 충격에 휩싸였다. 원내 제4당이라는 당세(黨勢)에 비해 선거 결과가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TV로 개표 결과를 지켜보는 문성현 대표 등 당 지도부의 표정은 어두웠다. 권영길.노회찬 의원 등 당 간판 스타들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광역단체장 선거 중 유일하게 기대를 걸었던 울산시장 선거에서는 노옥희 후보의 득표가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에서는 김종철 후보의 득표율이 3%가량이었고, 문 대표가 직접 출마한 경남지사 선거의 득표율도 한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230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영패'를 당했다. 지지 기반인 울산에서조차 한 곳도 건지지 못한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 두 곳(울산 북구.동구)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의 예상 정당 득표율은 15%였고, 지방의원은 현재의 44명(광역 11, 기초 33)에서 200명(광역 20~30명, 기초 170~18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하지만 개표 중반의 정당 득표율은 2006년 총선 때(12%)와 2004년 지방선거 때(8.1%)의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문 대표는 개표 전에 "민주노동당이 전국의 모든 광역의회에 의원을 포진시킨 유일한 전국정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상당수 광역의회에서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3당의 위치를 굳혀 내년 대선에서 500만 표 이상을 득표하고 2008년 총선에서 80석으로 제1 야당의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당의 야심 찬 포부에도 제동이 걸렸다.

박용진 대변인은 "'열린우리당 심판론'과 '한나라당 싹쓸이 견제론'이 선거판을 장악해 민주노동당이 제시한 정책 경쟁 선거가 유권자에게 부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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