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문건 또 나왔다…"일본과 SOFA 맺고, 배상금 3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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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앙포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앙포토]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일본과의 특별협정을 통해 20만명에 달하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을 마무리하려 했던 문건을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는 지난 2013년 12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장래 시나리오 축약'이라는 제목의 대외비 문건을 조사중이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한국과 일본이 한미행정협정(SOFA) 같은 특별협정을 만들어 별도의 재단을 통해 소송에 대응하는 방안이 나온다. SOFA 협정이 주한미군에 특별한 법적 지위를 주듯, 일본 기업 대신 재단이 책임지게 하는 방식이다.

특별협정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국내 판결에 일본 기업이 부담해야 할 책임을 덜 수 있다.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그 대상을 한국 정부 혹은 한국과 일본 기업이 설립한 재단으로 한정토록 하는 것이다.

문건이 작성된 때는 서울고법에서 "신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시점(2013년 7월)으로부터 5개월 뒤다. 문건에는 100억원을 한국과 일본 기업이 분담하는 방안도 적혀 있다.

문건에는 또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들(20만명으로 추정)의 배상금을 300만원 정도로 줄이는 시나리오도 담겨 있다. 대법원이 화해나 조정을 시도하며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머지 피해자들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고, 그렇게 소송을 못 하게 되면 결국 피해자의 배상금은 독일과 같은 정도인 300만원 정도가 적정한 보상금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재단 설립 시기도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2015년 5월로 고려해야 한다는 구상도 적혀 있다.

검찰은 이 문건이 2013년 12월 청와대와 대법원이 만나 강제징용 소송 연기방안을 논의한 직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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