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국제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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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7930억 달러로 러시아와 인도를 제치고 세계 10위의 경제력에 이르게 되었다. 정치적으로는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한 나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실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근년 들어 우리 현대사를 부끄러운 역사라고 자학(自虐)하는가 하면 심지어 우리 정부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이 체제 안에서 누릴 것을 누리며 좋은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오늘만큼 성공한 나라를 일궈낼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일까. 광복 이후 우리가 신생 독립국으로 첫 출발하던 때 자유민주주의라는 좋은 체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오늘같이 망가진 나라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주의라는 그릇된 체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유 경쟁사회와 시장 경쟁질서를 죄악시하고 평등과 획일성만을 내세워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층 중 우리를 오늘의 번영으로 이끈 자유와 경쟁, 성장과 번영을 못마땅하게 여겨 평등과 분배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원 없는 좁은 땅에 사람만 많다. 그러니 국가 경제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국제경쟁력을 잃고 나면 우리는 북한처럼 굶주리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5월 10일 스위스 로잔에 있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제경쟁력 보고에 의하면 우리의 경쟁력이 지난해 29위에서 올해는 38위로 떨어졌다. 심히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발표에서 중국은 지난해의 31위에서 19위로, 인도는 39위에서 29위로 높아졌다. 가까운 아시아 나라들 중에도 홍콩이 2위, 싱가포르가 3위, 일본이 17위, 대만이 18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유독 우리만 1년 사이에 9단계나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IMD 보고서에 따르면 그 원인을 세 가지로 짐작할 수 있다.

첫째가 정부 정책의 비효율성이고, 둘째는 기업경영 효율성의 저하, 셋째는 투쟁 일변도의 강성 노조다. 정부가 국제경쟁력을 높여주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고, 기업들은 투명 경영과 도덕성 확보에서 수준 미달이며, 노사관계가 61개국 중 꼴찌인 61위여서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이번 인촌기념 강좌에 초빙받아 온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이 점에 대해 두 가지로 대안을 말해 주었다. 첫째는 정부가 앞장서고 기업들이 심기일전해 경쟁력을 창조적으로 높여 나가는 길이다. 둘째는 경쟁국들이 따라잡을 수 없도록 기술개발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기업가 정신을 드높여 나가는 일이다. 이를 실천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경영의 최우선 순위를 국제경쟁력 확보에 둬야 한다.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 꽃피게 해 기업가들이 소신껏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줘야 한다. 끝으로 그가 이번 강의에서 지적한 바 있는 다음 충고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에서는 노동조합과 경찰이 마치 '스타워즈'의 한 장면처럼 싸운다. 에너지를 이런 데 소모하지 말고 세계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데 써야 한다."

김진홍 두레마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