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단창작」자리잡혀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개인창작이 안고 있는 경험적·세계관적 한계를 극복하고 전문적·객관적 시각을 확보하면서 창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집단창작」이 확산돼가고 있다.
『실천문학』봄호(18일 출간예정)는 문예집단 창작단「진군나팔」의 장편 서사시『피어린 산하』를, 지난주 간행된「문학예술운동」의 무크지 2집『문예운동의 현 단계』(풀빛간)는 노동자·지식인들의 집단창작보고서와 작품을 싣고 있어 80년대 중반 격변하는 사회상황과 욕구에 문학을 부응시키기 위해 낯설게 대두됐던 집단창작이 이제 일반화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집단창작은 구로구청사건·노동자 파업 등 사건별로 그때그때 전문 문인과 노동자, 혹은 노동자끼리 공동으로 한 작품을 생산하고 해체되는 일회성을 띠어왔다. 그러나 「진군나팔」은 그 구성원들이 비록 학생들이나 졸업을 앞둔 문예창작과의 예비 문인이라는 점에서 전문 문인들로 구성된 집단창작단의 출현도 예상케 한다.
이들 작품『피어린 산하』를 살펴보면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어 민족 모순의 본질을 파헤치려 하고 있으며 또 단순한 행 가름이나 장 가름이 아닌 서사시로서의 골격과 함께 문체도 갖추고 있음을 볼수 있다.
체험을 작가가 공유함으로써 집단적 연대 의의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집단창작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지식인 중심의 개인창작이 사회 변혁운동의 속도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이 일면서부터였다.
전문작가를 포함, 4명이 참여해 작가 김인숙씨가 대표 집필한 장편소설 『'79-'80』(87년)창작에 참여했던 심산씨는 「소설'79-'80 공동창작보고서」(『문예운동의 현 단계』)를 통해 집단창작의 긍정적성과로 △경험 및 인식의 확장 △전문적·객관적 시각획득 △효율성 △집단창작구성원들의 의식고양 등을 들고 있다. <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