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북한 핵은 방어용'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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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재향군인회의 박세직 회장을 비롯한 신임 회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선제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로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선제공격에 사용하게 되면 중국의 공조를 얻지 못하는 등 여러 제약이 따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는 보도가 발단이 됐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1월 LA에서 "체제 유지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북한이 자위적 수단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해 미국 내 대북 강경파와 국내 보수세력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었다. 당시 재선된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칠레 산티아고)을 앞두고 있던 때라 미국 내 강경파의 여론을 희석시키고 북한을 6자회담으로 유인하려는 유화적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몽골에서는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고 했다.

최근 남북관계의 흐름은 그러나 경의선 열차 시험운행, 관훈클럽 언론인들의 개성공단 방문 취소 등에서 보듯 연일 북측에 뒤통수를 맞는 상황이다. 통일부의 남북회담 운영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유화 기조의 효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북핵'을 주제로 한 이 같은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참석한 향군 관계자들의 전언을 인용해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해명에 나섰다. 정태호 대변인은 "북한이 체제와 핵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이라는 게 노 대통령 언급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그런 불안감 때문에 핵에 대한 유혹을 가질 수 있어 신뢰 구축으로 그런 유혹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는 언급"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방어용'이란 단어를 썼느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그렇게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 개발로, 1992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이 후퇴했다"는 언급도 했다. "기본합의서는 기본 문건과 3개의 부속 합의서로 구성돼 있는데 6.15 공동선언에 비해 구체적 내용이 들어 있다"며 "그런데 북핵 개발로 후퇴하고 말았다"는 내용이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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