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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키산맥 석유 암석 고유가에 다시 개발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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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미국이 석유를 찾아 마침내 바위 속까지 뒤지기 시작했다. 석유 소비량은 갈수록 늘어만 가는 데 비해 기존의 유전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와 업계의 관심은 특히 서부 로키산맥 일대에 쏠리고 있다. 이곳에는 석유 추출이 가능한 '오일 셰일(Oil Shale.사진)'이란 암석이 엄청나게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유가 따라 뒤바뀐 운명=오일 셰일은 이미 1970년대부터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으로 거론됐다. 실제로 70~80년대 로키산맥 일대에는 수많은 채광 시설이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치명적 약점이었다. 배럴당 9~10달러에 불과했던 당시 유가에 비교해볼 때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발열량이 낮은 것도 흠이었다. ㎏당 1500~2600㎈로 석탄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오일 셰일을 캐낼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80년대 초 모든 기업이 로키산맥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최근 고유가 시대가 계속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배럴당 70달러(약 6만6000원)를 넘어 100달러 시대까지 예견되면서 오일 셰일 개발이 되레 '수지맞는 장사'가 된 것이다. 미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오일 셰일의 개발 단가는 배럴당 33달러 선. 생산이 본격화할 경우 조만간 배럴당 20달러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유전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것과 비교할 때 '오일 셰일을 개발하면 할수록 이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로키산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당연했다. 업체들은 잇따라 현지 사무소를 세우고 본격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정치권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지난주에는 미 상원 에너지자원위원회 피트 도미니치(공화.뉴멕시코) 위원장 등 상원의원 10여 명이 로키산맥 일대를 직접 돌며 현황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 무한한 잠재력에 힘 받는 개발론=이 지역에 관심이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어마어마한 매장량이다. 미 랜드연구소의 최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타주.콜로라도주.와이오밍주 등 미국 내 로키산맥 일대에 묻혀 있는 오일 셰일에는 무려 800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최대 석유 보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확인 매장량 2627억 배럴보다 세 배나 많은 수치다. 또 현재 미국 내 석유 확인 매장량 294억 배럴보다도 27배나 많다. 업계 관계자는 "이곳만 제대로 개발해도 전 세계가 한동안 석유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이 지역이 세계 석유시장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환경단체들의 강한 반발이다. 이들은 "대규모 생산에 들어갈 경우 공기와 수질 오염은 물론, 서부 지역의 취약한 지반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세는 개발 쪽으로 기울고 있다. AP통신은 "석유 확보가 지상과제로 떠오르면서 어떻게든 오일 셰일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오일 셰일에 대한 관심도는 급속히 높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신홍 기자

◆ 오일 셰일=유혈암(油頁岩).함유혈암(含油頁岩)이라고도 한다. 수초 등 수생식물이 암석에 붙은 채 화석이 된 것으로, '케로겐'이란 유기물을 5~20% 함유하고 있다. 이 암석을 350~550도에서 건류(乾溜.열을 가해 휘발 성분과 비휘발 성분을 분리하는 작업)하면 가스.코크스와 셰일유를 분리해낼 수 있다. 그러나 질소와 황 성분이 많아 곧바로 연료로 쓸 수는 없으며, 석유 대용으로 쓰려면 한번 더 고도의 정제 작업을 거쳐야 한다. 미국과 브라질.러시아.중국 등지에 많이 산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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