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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등 합작개발 계기로 본 「북한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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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에도 일요일은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일요일은 우리처럼 쉬는 날이 아니다.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대신 도별로 1주일에 하루씩 쉬는 날이 따로 있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휴전일이다. 휴전일이 생긴 것은 전력부족 때문이다.
돈은 동전(주화)과 지폐 외에 외국인만 쓸 수 있는 「돈」이 따로 있고 공식환율·무역환율·비상업환율 등 3가지 환율로 구성된 복식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남북한관계가 최근 들어 경제교류를 중심으로 분단 40년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급속도로 접근되고 있다.
특히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의 북한방문은 기업경영인 정회장의 개인적 차원을 넘어 금강산개발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협 방안을 직접 대좌를 통해 합의했다는 점에서 남북한간의 교역·합작투자증대 가능성을 크게 넓혀 놓았다.
북한과의 교류를 위해서는 북한의 정확한 실상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경제-오늘의 상황」을 국토통일원이 최근에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알아본다.

<무역·경제협력-재작년 7억불 적자>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무역 기관은 정무원무역부다. 이 밑에 조선국제무역촉진위원회가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들과 무역관계촉진업무를 맡고 실제무역업무는 종합상사·수출전문상사·일반무역상사 등 1백여개의 상사들이 직접 추진하고 있다.
지난 87년 북한의 무역규모는 수출 16억7천만달러, 수입 23억9천만달러로 7억2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나라별로는 소련·중국·일본과의 무역이 전체의 70%이상을 차지하고 특히 소련은 약간의 기복은 있었으나 해방이후 줄곧 북한의 최대무역상대국이 되어왔다.
일본과 북한간의 무역은 70년대 후반 대일외채상환문제가 발생하면서 줄었다가 80년 이후 증대되면서 87년에는 처음으로 북한이 출초로 전환했다. 북한의 대일수출상품은 약 2백여종에 달하는데 광물·농수산물·철강제품 등 1차산품이 주종을 이루고 이와 반대로 수입상품은 기계류, 전기·수송기기, 화학제품 등 2차산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 화물자동차는 지난 82년의 경우 전체수입액의 10.2%를 차지했었으나 이들 중 일부가 군용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미국측 통고가 있어 대형트럭의 수출은 중단되고 있다.
북한과 서방국가들의 교역은 87년 외채상환연기 교섭이 결렬되면서 무역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대북한수출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서방기업들은 선불조건으로 북한에 수출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서방국가 중 북한의 주요교역상대국은 서독과 프랑스로 특히 서독의 비중이 높다. 지난 87년에는 3억2천6백90만달러를 서로 수출입, 86년보다 1백71%가 늘어 동구국가들과의 무역규모를 크게 앞질렀다.
해방 후 84년까지 북한은 무상원조 12억7천8백44만달러, 유상원조 34억7천5만달러 등 모두 47억4천8백49만달러의 외자를 들여와 군사력증강과 경제개발에 투자했다.
북한은 또 서방국가들로부터 지난 70년 3백만달러를 시작으로 외채문제로 도입이 중단된75년까지 OECD국가에서 총12억4천2백만달러를 들여왔다.

<합영 추진실태 - 조총련계사와 합작>
북한은 지난 84년9월 합영법을 제정한 이래 외국과 합작사업을 추진, 일본·프랑스·서독·홍콩 등 서방 10여개국 기업들과 1백여건의 상담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확인된 합작실적은 23건으로 나라별로는 일본l7건, 소련 3건, 중국 2건, 프랑스 1건이다.
이중 일본과의 합작은 전부 조총련계 상사들과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순수 서방기업과의 합작은 프랑스 콩베뇽 베르나르사와 이뤄진 양각도 국제호텔건립 1건뿐이다. 그나마 프랑스측은 자본회수의 어려움을 들어 지난해 철수해버려 공사가 중단상태에 있다.
합작내용을 보면 86년까지는 서비스부문이 대부분이었으나 87년부터 섬유·피복·기계제작 등 기술이전이 포함되는 합영회사설립 등 점차 다양화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채희정 북한합영공업부부장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회의에 참석, 외국기업인들에게 북한경제설명회를 통해 합작희망업종으로 해외건설·철강·전자·관광업 등을 제시하고 합작투자 유치활동을 벌인바 있다.
북한은 이와 함께 현재 탄자니아·부르키나파소 등과 합작협정을 맺고 농업·광업분야의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소련의 시베리아개발계획에도 참여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폐·금융 - 대출이자 매우 낮아>
북한의 화폐는 주화(1전·5전·10전·50전·1원 등 5종) 지페, (1원·10원·50원·1백원 등 4종)와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만 사용하도록 된 외화태환권 등 3종류가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가격의 임의조작과 함께 수요를 억제하고 기업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현금유통을 통제하고 있어 화폐의 기능은 크게 제한되고 있다.
북한에도 은행에 예금을 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적용하는 이자율이 있다. 그러나 이자율수준은 다른 가격파 마찬가지로 당국에 의해 임의적으로 결정되며 그 비율은 매우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북한의 환율제도는 공정환율·무역환율·비상업환율(여행자환율) 등으로 복식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공정환율은 기본환율이라고도 하는데 북한당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환율로 대체로 소련 루블화의 대서방화폐공정환율을 매개로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구체적 결정근거는 명확치 않다. 북한이 국민소득을 대외적으로 발표할 때는 공정환율을 사용한다.
북한의 무역환율은 지난해 4월말 현재 1달러에 2원10전으로85년 이후 절상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월 대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7백46원20전이었으니 단순환율계산으로는 북한돈 1원이 우리돈 3백55원에 해당되는 셈이다.
서방국가와의 무역은 자본주의 국가간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무역방식을 그대로 따라 외국은행과 코레스계약을 체결, 신용장을 주고받고 결제는 북한무역은행·금강은행·대성은행과 런던·홍콩·취리히 등 제3국 은행간에 미리 지정된 통화로 그때그때 이루어진다. 주로 사용되는 결제통화로는 파운드·마르크·스위스프랑화로 계약에 따라 엔화나 달러화가 가끔 사용되기도 한다.

<주민생활 - 중노동자 월 백30원>
각 공장이나 기업에서 독립채산제·반독립채산체를 실시, 임금은 기본급 외에 목표달성여부에 따라 상여금을 주거나 목표미달분 만큼 깍고 임금을 주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북한에서는 당 간부나 의사·배우 등 전문직의 임금이 높다.
노동직의 경우 광부·제철공장 등 중노동자가 월 1백30원, 일반노동자가 60∼80원을 받는데 비해 당정부장급(장관급)이상 간부와 기업지배인은 3백∼3백50원을 받는다. 군인은 장성급이 2백50∼4백90원, 위관급 84원∼1백10원, 교원은 대학의 경우 2백∼2백50원, 기타학교는 80원을 주고 있다. 또 의사는 1백20∼2백50원을, 인민배우·공훈배우 등의 월급은 2백∼3백원 수준이다.
주택도 특호와 1호까지 지위에 따라 형태가 크게 다르다. 중앙당·정무원부부장(차관급) ·군소장급이상자들은 독립고급주택을 공급받는데 목욕탕·수세식변소에 냉·온방장치까지 갖추어져 있다. 이에 비해 말단근로자와 사무원, 그리고 협동농장원은 방1∼2개에 부엌 등이 달린 집을 제공받고 있다.
이밖에 가격이 정부통제아래 있기 때문에 물가는 크게 변동되지 않으나 만성적인 물자부족·수입자재가격상승에 따라 매년2∼3%정도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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