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안 좋다고 선택한 아이폰 … 중국은 다 엿듣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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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의 취미는 오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누군가 험담을 하거나 어떻게 할지 의견을 구하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때마다 백악관의 유선 보안전화가 아니라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그것도 국가안보국이 지급한 두 대의 공용 아이폰이 아닌 개인 아이폰을 쓴다. 공용폰은 보안을 강화하느라 연락처 저장도 안 되는 등 사용이 불편해서다.

NYT “통화 명단 무역전쟁에 활용” #중국 “감청 걱정되면 화웨이 써라”

뉴욕 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중국 스파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사적 대화를 몰래 듣고 있으며 자주 통화하는 트럼프 통화 명단을 작성해 미·중 무역 전쟁 로비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이 트럼프의 잦은 개인 아이폰 통화에 귀를 기울여 대통령의 업무 방식이나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귀중한 통찰을 엿듣고 있다. 미 정보기관 보고서가 이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참모들이 “개인 휴대전화는 보안에 취약해 스파이들이 일상적으로 감청한다”고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아이폰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특히 중국은 최근 무역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폰 감청을 활용하고 있다. 신문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 투자회사인 블랙스톤 그룹 스티븐 슈워츠먼 창업자 겸 회장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거물인 스티브 윈 회장 등이 중국이 파악한 트럼프의 사적 통화 상대라고 꼽았다. 이중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마라라고 리조트 정상회담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NYT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슈워츠먼 회장 등과 같은 인물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은밀하다. 우선 감청을 통해 트럼프와 사적 통화를 하는 인사들의 명단을 확보한다. 이후 이들에게 은밀히 접근해 중국 측 논리를 설파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들이 트럼프와의 통화할 때 자연스레 중국에게 유리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이다. 미 관리들은 “트럼프의 친구들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활동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NYT는 “중국의 이런 활동은 미국 지도자에게 영향력을 미치려고 저명한 기업인·학자 등 비공식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21세기 버전의 새로운 형태의 로비”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에 아이디어나 정책 처방을 전달할 수 있는 대통령의 사적 인맥을 로비에 활용하는 시도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지만, 중국이 여기에 아이폰 감청을 결합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폰을 사용했던 건 아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때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썼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취임하면서 갤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아이폰으로 바꿨다. 한편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뉴욕타임스 보도는 가짜 뉴스”라며 “애플 휴대폰 감청이 걱정된다면 화웨이를 써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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