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교 5학년부터 한자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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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의 모든 출판물은 한글전용으로 간행되고 있으나 한자 및 외국어 교육은 고등중학교 1학년(우리의 국교 5학년)때부터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남광우 한국 어문교육연구회장이 1983년 북한교육위원회 보통교육부에서 나온 「인민학교·고등중학교 과정안」과 1979년 평양교육도서출판사에서 발행한 국한 혼용으로된 「한문」교과서고등중학교 2, 3, 4학년용을 입수, 분석한 「북한의 한자교육연구」논문에서 밝혀졌다.
북한은 8·15해방이후 한글전용교육을 일관해오다가 1968년부터 우리의 국교5학년과정부터 대학까지 3천자의 한자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한자교육 목적은 『남조선 출판물에는 지난날의 한자가 적지 않게 나오는 만큼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하려면 한자를 어느 정도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통일대비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명분일 뿐 실은 주체사상주입을 위해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 남박사의 주장이다.
60년대말 주체사상이 북한사회의 지도이념으로서 확고히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는 면에서 볼때 한자교육시작과 시기상으로 일치하며 주체사상이라는 「사상」을 한글이라는 표음문자로 교육시키다 보니 개념정립이 안돼 표의문자인 한자가 필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로 치면 국교5학년때 주2시간씩, 6학년1학기에는 주2시간, 2학기에는 1시간씩 실시하고있는 북한한자교과서인 국한혼용독본『한문』의 내용 및 등장한자들을 분석해보면 이같은 사실은 쉽게 검증된다.
『혁명의 영재이시며 민족의 태양이시며 전설적 영웅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원수님의 친율밑에 조선인민혁명군부대는 1939년5월 함남·북 일대로 원정하게 되었다.』(고등중학2학년「한문」교과서중 제 십육과 「조선의 진달래는 볼수록 아름답소!」중 일부)
위의 인용부분에서 보는바와 같이 내용은 철저하게 김일성과 공산주의에 관한것 일색이다.
뿐만아니라 한자의 난이도 등을 고려, 순차적으로 배열하지 않고 내용주임을 위해 무원칙적으로 배열되고 있음을 볼수 있다. 비록 한자교육이 그들의 주체사상에 반한다할지라도 효율적인 사상주입을 위해 표의 문자인 한자교육을 정책적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남박사는 목적이야 어떻든 간에 북한에서도 국교5학년때부터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국교에서 한자교육을 외면해오고 있다며 이제 한자는 「외국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우리의 어휘가 대부분 한자어임을 감안, 모든 교과의 기초가 되는 국어교육의 질향상을 위해, 또 중국과의 개방교류를 위해서도 국교때부터의 한자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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