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지옥"···무장단체서 석방된 日언론인의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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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시리아 무장세력에게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야스다 준페이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동영상 캡쳐]

3년전 시리아 무장세력에게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야스다 준페이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동영상 캡쳐]

시리아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일본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44)가 귀국길에 올랐다. 25일 NHK 보도에 따르면 야스다는 석방 후 머물던 터키를 떠나 이날 저녁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다.

NHK에 따르면 야스다는 귀국길 비행기에서 억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옥이었다"며 "오늘도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매일매일 점점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감금된 상황에 체념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나를 보고 놀랐다"며 "오늘도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매일매일 점점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3년간 내 자신이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른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몰라서 걱정이다"라고 털어놨다.

프리랜서 언론인인 야스다는 2015년 6월 시리아에서 행방불명된 뒤 지난 23일 3년 4개월 만에 풀려났다.

앞서 야스다를 납치한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누스라전선'은 그의 모습을 4차례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야스다는 영상에서 줄곧 석방되게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지난 7월 공개된 영상에서는 일본어로 "내 이름은 '우마르'입니다. 한국인입니다"라고 말해 주목됐다. 그가 당시 왜 한국인이라고 발언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일본 정부는 야스다의 석방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총리) 관저를 사령탑으로 하는 '국제 테러 정보수집 유닛'(CTUJ)을 중심으로 카타르와 터키를 움직이게 한 결과다"고 정부 차원의 노력을 강조했다. CTUJ는 야스다가 석방되기 1주일 전 그가 석방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매체들 역시 아베 총리가 지난 9월 미국 뉴욕을 방문할 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야스다 의 석방을 직접 요청하는 등 아베 정권의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야스다의 정확한 석방 과정이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외교적 노력보다는 납치한 무장조직에 인질 몸값을 지불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민간단체인 시리아인권감시단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타르가 억류 언론인의 생존과 석방을 위해 힘을 다했다는 자세를 국제적으로 호소하기 위해 몸값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카타르가 지급한 몸값은 3억엔(약 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 정부는 "몸값 지불을 포함한 거래는 하지 않았다"며 시리아인권담시단의 주장과 다른 입장을 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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