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 아세안 단계적 통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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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의 지역 통합 노력을 호소하면서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한.일, 중.일 관계의 악화가 지역 통합의 진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 "한.중.일+아세안 중심의 단계적 통합을"=이번 회의에서는 아시아 공동체 구상이 '실행 단계'를 맞기 시작했다는 인식과 함께 단계적 추진 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공동체 참여 범위 등을 놓고 참석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으나 한.중.일 3개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 나아가 경제 협력체 추진이 지역 통합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첫날 특별 강연자로 나선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는 18개국으로 구성되는 ' 동아시아 경제협력기구'의 창설을 제안했다.

지난해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가한 아세안+한.중.일과 호주.뉴질랜드.인도는 물론 러시아.미국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석유.가스 등 자원이 부족한 동아시아의 지역기구에 러시아가 참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막대한 자금력과 시장을 지닌 미국을 제외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마하티르 빈 모하맛 말레이시아 전 총리는 '아세안+3'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 한정된 경제협력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동아시아의 사고방식과 관습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도에 대해서는 "과거엔 폐쇄적 사회였으나 최근 외국투자를 받아들이고 개방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협력기구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990년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원조가 된 동아시아경제협력그룹(EAEG) 창설을 처음 제창한 인물이어서 회의 기간 중 주목의 대상이 됐다.

◆ "한.일, 중.일 관계 개선"에 한목소리=아시아 역내 국가들의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북미.유럽 등 다른 지역보다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데 참석자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또 한국 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도 아시아 역내 주민들 간 교류가 활발해진 것도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했다.

반면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주축이 돼야 할 한.중.일 등 동북아 3국, 특히 한.일 관계와 중.일 관계 악화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는 의견이 많았다.

리콴유 싱가포르 선임장관은 "과거 전쟁이 일본과 한.중 관계에 부정적 유산을 남기고 있다"면서 "최근 한.중 양국을 방문했는데 일본의 지도자가 진정한 반성을 하면 양국은 일본과 협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적대 관계였던 프랑스와 독일이 함께 손잡고 유럽연합(EU)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과거보다는 장래를 생각하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라며 "한.중.일 3국이 과거와 관련한 적개심을 억제하고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승수 전 외교부 장관은 "중.일 관계 악화로 상대적으로 아세안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일 관계 개선 없이는 동아시아 경제 통합 비전은 없다"고 밝혔다.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 대사와 나카소네 전 총리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중국 군사비의 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 '아시아의 미래' 회의 =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매년 아시아 정상과 지도자들을 초청해 토론하는 아시아 경제·외교 포럼이다. 니혼게이자이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중앙일보가 매년 미디어 파트너로 특별협력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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