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대박에서 쪽박까지 월스트리트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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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투자전쟁
바턴 빅스 지음, 이경식 옮김
휴먼&북스, 512쪽, 2만3000원

자선행사에 거액을 기부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하녀를 고용했다. 자가용 비행기도 임대했다. 집에는 2층 높이의 영화감상실을 만들었다. 포도주 5000병이 들어갈 지하 저장고도 마련했다. 호시절이었다.

그러나 '모래 위의 집'이었다. 펀드 수익률이 급락하자 하루아침에 모든 게 먼지로 변했다. 성채 같은 집을 팔아야 했다. 친구.동료의 전화조차 받을 수 없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살인미소'도 잃어버렸다. 뉴욕 증권가에서 한창 잘나가던 펀드 운용자였던 길버트의 얘기다.

또 다른 펀드 운용자인 이안. 세계적 금융회사 모건 스탠리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만의 펀드를 만들기 위해 사표를 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하루 종일 읽고 탐색했다. 잠잘 때도 투자목록을 안고 잤다. 1년 365일을 긴장했다. 그러나 3년 수익률은 마음 같지 않았다. 이안은 사업을 접었다. 낭떠러지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건 셈. 길버트의 비운을 피해갈 수 있었다.

'투자전쟁'은 1%의 수익률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헤지펀드(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의 내면을 살핀 책이다. 모건 스탠리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세계 최고의 투자전략가'로도 여러 차례 뽑혔던 저자의 산 경험이 들어 있다. '금융계의 해적 떼''사악한 돼지' '새로운 자선집단' 등 여러 얼굴을 갖고 있는 월스트리트 사람들의 성공과 좌절에 대한 현장 리포트다. '사느냐, 죽느냐'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그 곳.

론스타.소버린이 우리 경제계를 흔들고, 외국투자가의 입김에 국내 증시가 출렁이는 요즘 결코 남의 얘기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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