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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사전 증여'… 절세하려다 상속세 덤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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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27)

5년 전 오 씨는 건강이 악화된 홀어머니를 집으로 모셔 함께 살았다. 어머니가 거주하던 집은 6억원에 팔아 그중 3억원은 오 씨 남매가 증여받았다. 미리 증여해야 절세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오 씨의 경우와 같이 미리 증여받는 것이 절세에 도움이 됐을까?
상속인 임종 10년 이내 사전증여, 상속세에 합산 과세

A지난해 증여된 재산만 약 25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한다.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미리 증여해 두는 ‘사전증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전증여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재산이 많으며 상속세 부담이크기 때문에 재산의 일부를 미리미리 증여해 본인의 재산을 줄임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증여하면 절세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사진 pixabay]

재산이 많으며 상속세 부담이크기 때문에 재산의 일부를 미리미리 증여해 본인의 재산을 줄임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증여하면 절세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사진 pixabay]

미리 증여하면 어떻게 절세효과가 생기는 걸까. 재산이 많으면 상속세 부담이 크기 마련인데 재산의 일부를 미리미리 증여해 본인의 상속재산을 줄임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증여 규모를 적절하게 낮춘다면 낮은 증여세율이 적용되고, 증여공제(5000만원, 미성년자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가령 상속세율 40%가 적용되는 재산을 가진 아버지가 자녀에게 1억 5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했다고 가정해 보자. 자녀는 증여세로 약 1000만원을 내야 한다. 지금 증여받지 않는다면 향후 상속받을 때 내야 할 6000만원의 상속세보다는 훨씬 가볍다고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부동산의 가치가 향후 더욱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절세효과는 더 커진다.

만일 부동산을 증여하지 않아 공시가격이 3억원으로 오른 상태에서 상속된다면 자녀의 상속세 부담은 1억 2000만원이 된다. 사전증여로 과세 시점을 분산해 세 부담을 낮추고, 자산 가치가 증가하기 전에 미리 증여해 두는 방식으로 향후의 상속세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사전증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상속세는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도 모두 합해 상속세를 정산하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사전증여한 재산도 상속세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다. [사진 pixabay]

상속세는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도 모두 합해 상속세를 정산하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사전증여한 재산도 상속세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다. [사진 pixabay]

그러나 사전증여한 재산도 상속세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다. 세법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모가 사망하면 그 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도 모두 합해 상속세를 정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리 납부한 증여세는 공제받을 수 있지만 높은 상속세율이 적용되면서 결국 증여세 외에 추가로 상속세를 더 내게 된다.

오 씨는 상속 시 일괄공제가 5억원이라고 알고 있어 상속세를 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상속재산은 3억원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6년 전 오 씨 남매가 증여받은 3억원을 합산하면 총 상속세 과세액은 5억 8500만원(장례비 공제 적용 후)이므로 상속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오 씨처럼 상속 당시의 재산으로만 상속세 과세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상속일 전 10년 이내에 사전증여된 재산까지 모두 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오 씨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상속재산과 사전증여재산을 모두 합한 6억원에서 장례비 공제와 일괄공제 5억원 등을 공제하면 상속세는 거의 낼 게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상속세 계산 시 일괄공제·배우자공제·금융재산상속공제 등 여러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상속공제엔 한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속재산에 합산되는 사전증여가 있으면 상속공제 한도 계산 시 증여세 과세표준만큼을 제외한다.

오 씨의 경우 상속세 과세액 5억 8500만원에서 사전증여 시 증여세 과세표준 2억원(증여공제 각 5000만원 적용)을 제외한 3억 8500만원이 상속공제 한도로 계산된다. 즉, 일괄공제 5억원을 다 공제받지 못하고 3억 8500만원만 공제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오 씨의 생각과 달리 나머지 2억원에 대해 약 1000만원(기납부 증여세 제외 후)의 상속세를 추가로 더 내야 한다. 결국 오 씨는 사전증여로 인해 증여세로 약 2000만원, 상속세 약 1000만원, 총 3000만원의 세금을 부담한 셈이다.

과도한 사전 증여는 상속공제 금액을 줄어들게 한다. [표 최용준, 제작 유솔]

과도한 사전 증여는 상속공제 금액을 줄어들게 한다. [표 최용준, 제작 유솔]

사전증여 없었다면 상속세 부담 없어

만일 오 씨 남매가 미리 증여받지 않고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상속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상속재산 6억원에서 일괄공제 5억원과 금융재산상속공제 1억 2000만원을 공제받았다면 상속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사전증여로 인해 세 부담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건 무슨 이유일까? 무리한 사전증여로 인해 상속공제 한도가 크게 감소한 데다 금융재산상속공제(순 금융자산의 20%, 2억원 한도)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속인이 고령이면 손주·며느리 증여가 대안

오 씨처럼 무리한 사전증여는 세 부담을 줄이기는 커녕 부풀리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남들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할 게 아니라 내게 맞는 방법인지를 분별해야 한다. 사전증여로 인한 증여세와 그대로 상속할 경우의 상속세를 먼저 비교해 보자. 사전증여보다 상속이 유리하다면 굳이 미리 증여할 필요가 없다.

무리한 사전증여는 세 부담을 부풀리는 부장용을 일으킬 수 있다.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미리 증여하거나 합산 기간 5년이 적용되는 손주나 며느리에게 증여하는 것도 대안이다. [사진 pixabay]

무리한 사전증여는 세 부담을 부풀리는 부장용을 일으킬 수 있다.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미리 증여하거나 합산 기간 5년이 적용되는 손주나 며느리에게 증여하는 것도 대안이다. [사진 pixabay]

만일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된다면 상속세가 정산되는 합산 기간 10년을 가급적 넘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미리미리 증여하는 것이 좋다. 만일 고령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면 합산 기간 5년이 적용되는 손주나 며느리 등에게 증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 먼저 증여할 것인지도 잘 결정해야 한다. 가급적 향후 자산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전증여로 인한 상속세 절세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최용준 세무사 tax119@m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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