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최용준의 절세의 기술(27)
- 5년 전 오 씨는 건강이 악화된 홀어머니를 집으로 모셔 함께 살았다. 어머니가 거주하던 집은 6억원에 팔아 그중 3억원은 오 씨 남매가 증여받았다. 미리 증여해야 절세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오 씨의 경우와 같이 미리 증여받는 것이 절세에 도움이 됐을까?
A지난해 증여된 재산만 약 25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한다.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미리 증여해 두는 ‘사전증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전증여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리 증여하면 어떻게 절세효과가 생기는 걸까. 재산이 많으면 상속세 부담이 크기 마련인데 재산의 일부를 미리미리 증여해 본인의 상속재산을 줄임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증여 규모를 적절하게 낮춘다면 낮은 증여세율이 적용되고, 증여공제(5000만원, 미성년자 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가령 상속세율 40%가 적용되는 재산을 가진 아버지가 자녀에게 1억 5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했다고 가정해 보자. 자녀는 증여세로 약 1000만원을 내야 한다. 지금 증여받지 않는다면 향후 상속받을 때 내야 할 6000만원의 상속세보다는 훨씬 가볍다고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부동산의 가치가 향후 더욱 오른다고 가정한다면 절세효과는 더 커진다.
만일 부동산을 증여하지 않아 공시가격이 3억원으로 오른 상태에서 상속된다면 자녀의 상속세 부담은 1억 2000만원이 된다. 사전증여로 과세 시점을 분산해 세 부담을 낮추고, 자산 가치가 증가하기 전에 미리 증여해 두는 방식으로 향후의 상속세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사전증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전증여한 재산도 상속세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다. 세법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모가 사망하면 그 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도 모두 합해 상속세를 정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리 납부한 증여세는 공제받을 수 있지만 높은 상속세율이 적용되면서 결국 증여세 외에 추가로 상속세를 더 내게 된다.
오 씨는 상속 시 일괄공제가 5억원이라고 알고 있어 상속세를 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상속재산은 3억원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6년 전 오 씨 남매가 증여받은 3억원을 합산하면 총 상속세 과세액은 5억 8500만원(장례비 공제 적용 후)이므로 상속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오 씨처럼 상속 당시의 재산으로만 상속세 과세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상속일 전 10년 이내에 사전증여된 재산까지 모두 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오 씨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상속재산과 사전증여재산을 모두 합한 6억원에서 장례비 공제와 일괄공제 5억원 등을 공제하면 상속세는 거의 낼 게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상속세 계산 시 일괄공제·배우자공제·금융재산상속공제 등 여러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상속공제엔 한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속재산에 합산되는 사전증여가 있으면 상속공제 한도 계산 시 증여세 과세표준만큼을 제외한다.
오 씨의 경우 상속세 과세액 5억 8500만원에서 사전증여 시 증여세 과세표준 2억원(증여공제 각 5000만원 적용)을 제외한 3억 8500만원이 상속공제 한도로 계산된다. 즉, 일괄공제 5억원을 다 공제받지 못하고 3억 8500만원만 공제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오 씨의 생각과 달리 나머지 2억원에 대해 약 1000만원(기납부 증여세 제외 후)의 상속세를 추가로 더 내야 한다. 결국 오 씨는 사전증여로 인해 증여세로 약 2000만원, 상속세 약 1000만원, 총 3000만원의 세금을 부담한 셈이다.
만일 오 씨 남매가 미리 증여받지 않고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상속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상속재산 6억원에서 일괄공제 5억원과 금융재산상속공제 1억 2000만원을 공제받았다면 상속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사전증여로 인해 세 부담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건 무슨 이유일까? 무리한 사전증여로 인해 상속공제 한도가 크게 감소한 데다 금융재산상속공제(순 금융자산의 20%, 2억원 한도)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 씨처럼 무리한 사전증여는 세 부담을 줄이기는 커녕 부풀리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남들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할 게 아니라 내게 맞는 방법인지를 분별해야 한다. 사전증여로 인한 증여세와 그대로 상속할 경우의 상속세를 먼저 비교해 보자. 사전증여보다 상속이 유리하다면 굳이 미리 증여할 필요가 없다.
만일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된다면 상속세가 정산되는 합산 기간 10년을 가급적 넘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미리미리 증여하는 것이 좋다. 만일 고령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면 합산 기간 5년이 적용되는 손주나 며느리 등에게 증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 먼저 증여할 것인지도 잘 결정해야 한다. 가급적 향후 자산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산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전증여로 인한 상속세 절세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법인 다솔 WM센터 최용준 세무사 tax119@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