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살려면 돈 내라” 발전기금 뜯어낸 이장에 벌금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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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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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에서 온 이주민들을 위협해 마을발전기금을 뜯어낸 섬마을 전 이장이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단독 이영림 판사는 강요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인천시 옹진군 전 이장 A(65)씨에게 벌금 450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옹진군의 한 섬에서 마을 이장으로 일하면서 B(63)씨 등 주민 4명으로부터 마을발전기금 900만원을 강요해 받아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마을발전기금을 내지 않으면 해산물 채취도 못 하게 하고 주민에게 배분되는 모랫값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섬의 주민회 규약에 따르면 주민회장에게 마을발전기금을 수금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A씨는 2014년 말까지 주민회장으로 일했기 때문에 범행 당시에는 기금 수금 권한이 없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주민으로 인정받고 살려면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며 “어쩔 수 없이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처음에는 발전기금을 내지 않고 A씨에게 항의했다”며 “발전기금을 안 냈다는 이유로 A씨가 부녀회를 동원해 공공근로를 못 하게 막고, 볼 때마다 욕설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공동수도요금 500여만원을 빼돌려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이 판사는 “주민회 규약과 관련해 주민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합의가 없었다”며 “(피해자들은) 규약에 따라 마을발전기금을 낼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피고인의 강요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일부 피해자에게 공공근로를 하지 못하게 하는 불이익을 줘 협박도 했다”며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조성한 불안감으로 (어쩔 수 없이) 마을발전기금을 냈다”고 덧붙였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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