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차 앞에 헬기를” 생명 구하러 갔다 이국종 교수가 들은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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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비디오머그']

[사진 SBS '비디오머그']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교수가 과거 중증외상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닥터헬기를 타고 갔다가 항의를 받은 영상을 공개하며 양보가 부족한 시민 문화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20일 SBS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지난 2013년 8월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 외상센터팀은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 소방헬기를 내렸다.

그러자 한 트럭 기사가 그들에게 찾아와 헬리콥터 바람 때문에 화물차 짐 고정 줄이 끊어지는 피해를 봤다며 화를 냈다.

민원인은 “고무줄 다 끊어져서 어떻게 짐을 묶어서 가냐. 다 날아가게 생겼다”고 큰소리를 냈다. 이 교수가 “사람이 죽고 살고 한다. 지금 다른 데서 사람을 구조해서 오고 있다”고 설명해도 민원인은 “사람이 죽고 살고 해도…지금 헬기가 떴소? 아니 지금 떴느냐고! 여기 대도 되는데 왜 그 앞에 내려놓고…차를 빼라고 그러든가. 사람이 오는 건 오는 거고”라고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이 교수는 한 구청 앞의 광장에 응급헬기를 내렸더니 공무원이 나와 잔디가 손상된다고 항의했다며 관공서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개천가 등 더 위험 지역에 헬기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헬기는 시동을 한번 끄면 다시 운행하는데 5분 정도 지체되기 때문에 계속 대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닥터헬기 운용업체 관계자는 ‘시끄럽다’ ‘바람이 세게 분다’는 민원에 사과하는 게 일이라며 “(닥터헬기) 타고 왔던 환자도 나중에 (본인) 동네에 가면 시끄럽다고 민원 넣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출근길 ‘모세의 기적’ 등 구급차에 길을 비켜주는 문화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의료 헬기의 경우 아직 의사와 간호사, 기장이 모두 나서 민원인에 사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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