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또 낮춰진 경제 전망에 금리 동결 … 언제까지 ‘기다려라’ 할 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어제 기준금리(연 1.50%)를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는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시장은 이번 10월 금통위 결정을 어느 때보다 주목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 수도권 집값 폭등을 유발한 유동성 과잉 등을 고려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실물 경제 지표를 보면 도저히 금리를 올릴 수 없다는 데 한은의 고민이 있었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9%, 내년 2.8%에서 각각 2.7%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 3.0%로 잡혔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7월 이미 한 차례 낮춰진 데 이어 석 달 만에 다시 조정됐다. 취업자 수 증가 전망은 더 극적으로 낮아졌다. 올 1월 30만 명 증가 전망이 4월 26만 명, 7월 18만 명으로 줄어들더니 결국 9만 명으로 내려가 버렸다. 경제 상황이 예측 불허로 나빠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은의 암울한 전망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이미 수많은 국내외 경제기관들이 예측하고 경고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눈과 귀를 닫은 채 소득주도 성장과 친(親)노동 일변도의 무모한 정책 실험을 고집해 왔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올리지 못한 금리를 11월 금통위에서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경제가 극적으로 좋아질 리 없다. 이번 금리 동결이 오히려 통화 정책 운용의 폭을 좁혔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대증적 성격의 통화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제 체질이다. 정책 기조를 바꿔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지휘하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용 참사 문제가 불거지자 “연말까지 참고 기다려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성장률·고용·투자 등 경제 전반에 켜진 빨간불은 과연 우리에게 아직도 기다릴 여유가 있는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