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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 출신 베츠의 점프, 알투베 홈런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보스턴 레드삭스 우익수 무키 베츠(28)가 홈런을 낚아챘다.

베츠는 18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 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놀라운 점프력을 자랑했다. 베츠는 2-0으로 앞선 1회 말 수비 1사 1루에서 휴스턴 3번타자 호세 알투베가 밀어친 타구를 쫓았다. 오른쪽 펜스 상단을 향하던 타구를 보스턴 우익수 베츠는 포기하지 않고 쫓았다.

어린 시절 테네시 주를 대표하는 농구선수(포인트 가드)였던 베츠는 스프링처럼 솟아올랐다. 1m 정도 점프를 하면서도 리바운드를 노리는 농구선수처럼 타구를 눈에서 떼지 않았다. 그러나 이 타구는 관중을 맞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최초 판정은 2루타. 알투베는 오히려 홈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츠는 "잡을 수 있는 공을 관중 때문에 놓쳤다"고 주장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3명의 중년 남성들이 타구를 서로 잡으려고 동시에 손을 내밀었고, 이 중 한 남자의 손이 점프해 글러브를 내밀고 있는 베츠의 손을 밀어낸 것으로 판단됐다.

즉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으나 베츠가 잡을 수 있는 공을 관중의 방해(Interferece)로 인플레이가 됐다는 것이다. 심판진은 이 플레이를 아웃으로 선언했다. 휴스턴 팬들이 휴스턴의 홈런을 빼앗은 게 아니라 베츠가 아웃시킬 수 있었다는 판단이었다. 지면으로부터 약 3m 지점에서 벌어진 '쇼'였다. 베츠의 놀라운 플레이 덕분에 경기 주도권은 보스턴이 계속 유지하게 됐다. 3회 초까지 보스턴이 2-1로 앞서고 있다.

보스턴 우익수 무키 베츠가 1회 호세 알투베의 홈런성 타구를 잡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휴스턴 팬들이 이를 방해했고,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이 선언됐다. [AP=연합뉴스]

보스턴 우익수 무키 베츠가 1회 호세 알투베의 홈런성 타구를 잡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휴스턴 팬들이 이를 방해했고,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이 선언됐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인터피어런스는 1996년 10월 10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일어났다. 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스시리즈 1차전에서 양키스 신인 데릭 지터가 3-4이던 8회 우익수 뒤로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볼티모어 우익수 타라스코가 타구를 잘 쫓아 담장 앞에서 잡으려는 순간 한 팬이 손을 뻗어 공을 잡았다.

이게 홈런으로 안정돼 4-4 동점이 됐고, 양키스는 연장 11회 경기를 뒤집고 5-4 승리를 거뒀다. 기세를 몰아 4승1패를 기록한 양키스는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4승2패로 꺾고 우승했다. 당시 12세의 어린이였던 제프리 마이어가 '진짜 MVP'라는 말도 있었다. 비디오 판독이 없었던 시절 인터피어런스는 승패를 바꿀 수도 있었다.

김식 기자 seek@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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