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DJ 통일 방안 답답 … 별 기대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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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사진)동북아시대위원장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한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동북아시대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다. 이 위원장은 2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DJ가 방북 때 통일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통일 방안을 논의하겠다 등 여러 가지 너무 큰 기대와 목표가 논의되고 있다"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참 답답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방북은 정부와 무관하게 간다고 보면 되고, 정부로서는 별로 기대하는 바가 없다"고도 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25일 "일개 자문기구의 장이 경솔하게 정부 입장을 언급해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며 "이 위원장은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망발이 아닐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같은 당의 최성 의원도 "정부 입장을 들어본 바로는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중차대한 시기에 이렇다 저렇다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여당의 반발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선거에서 이 위원장의 발언이 확산되며 호남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임 의원과 같은 당내 '열린우리당-민주당 통합파'에겐 김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은 현 정부와 전 정부의 갈등으로 비치며 통합론에 장애가 될까봐 크게 우려한다. 이 위원장은 25일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답답하다는 표현은 동북아의 경색 구도로 정책 수립에 어려움이 많다는 의미였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의 갑작스러운 경의선 열차 시험운행 취소에 이어 이 위원장의 발언이 나오자 정부는 DJ 재방북을 앞두고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다 박지원 전 장관의 법정구속으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 측의 최경환 비서관은 조심스럽지만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 위원장 발언은)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들다"며 "정부에 계신 분들이 사려깊게 말씀하셨으면 한다"고 했다.

채병건 기자

◆ 이수훈 위원장은=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출신이다. 한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공동체를 만드는 게 한반도 미래 생존전략이라는 주장을 펴 왔다. 행담도 개발 의혹으로 사퇴한 문정인 전 위원장을 대신해 지난해 5월부터 동북아시대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활동도 활발히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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