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나승현 "선발보다 긴장감 있는 마무리가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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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3일 사직구장. 롯데가 5연패의 나락에서 2-0의 리드를 잡았다. 이제 9회 초 KIA의 마지막 공격만 막아내면 1승이다.

에이스 손민한(31)이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고 9회부터 구원투수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맨 먼저 가득염(37). 가득염은 장성호에게 안타를 내줬다. 이어 이정훈(29). 이정훈은 이재주.홍세완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무사 만루. 2-0의 리드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렸다.

강병철 감독이 "타임!"을 외쳤다. 투수교체였다. 누군가. 모자 안쪽으로 맨살이 허옇게 드러나 보이는 게 삭발을 한 것처럼 보였다. 등번호 29번. 나승현(19)이었다.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승리의 기회이자 위기를 올해 고교(광주일고)를 졸업한 막내에게 맡기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흔들렸다. 김경언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더 가파른 낭떠러지에 몰렸다. 2-1에 무사 만루.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승현의 승부 근성이 빛나기 시작했다. 김종국 유격수 플라이, 김상훈 3루 땅볼(3루 주자 홈에서 아웃), 한규식 3루 땅볼. 거짓말 같은 무실점 마무리. 연패의 끝. 나승현의 프로 데뷔 첫 세이브였다.

나승현은 이 경기로 프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24일에도 3-0의 리드를 잡은 8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2사 1, 2루의 위기에서 등판한 나승현은 KIA 송산을 삼진으로 잡아내 위기를 넘겼고, 9회 초에도 1점을 내줬지만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장식하며 세이브를 올렸다. 이틀에 걸친 2세이브. 이제 롯데의 뒷문이 조금씩 닫히기 시작했다.

나승현이 누군가. 지난해 고교야구를 보면 그가 보인다. 지난해 대통령배(우승 광주동성고.최우수선수 한기주), 청룡기(우승 동산고.우수투수 류현진), 황금사자기(우승 광주일고.최우수선수 나승현) 등 고교야구 '메이저 3개 대회'가 배출한 투수 트리오는 한기주(KIA), 류현진(한화), 나승현이었다.

한기주는 계약금 10억원을 받으며 가장 먼저 떴고 류현진은 한화에서 선발로 6승을 거두며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이제 나승현이다.

나승현은 입단 때부터 "타자들과의 승부가 좋다. 그래서 선발보다는 긴장감이 넘치는 마무리가 좋다"고 당차게 밝힌 '싸움닭'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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