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화기 하나 찾으려고 요란"…휴대폰 2대 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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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12일 이 지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켰다는 의혹을 부인한 것과 관련한 수사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오전 7시 20분께 이 지사의 성남 자택, 성남시청 전산실, 통신실 등 4개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자료를 압수해갔다.

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부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된 데 따른 수사 #경찰 “신체 압색은 휴대전화 확보 목적 #김부선씨가 제기한 신체 특징 확인과 무관”

이번 압수수색에는 이 지사의 신체도 포함됐다. 휴대폰 압수를 위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압수수색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실시한 것"이라며 "신체를 살펴보려 할 경우 갖춰야 하는 신체검증 영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휴대폰을 확보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신체 압수수색을 했다는 의미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이 지사의 휴대전화 2대를 압수했다. 최근 여배우 김부선씨가 이 지사의 신체 특정 부위에 대한 특징을 주장하고 나섰으나 경찰은 "이번 신체 압색은 여배우 스캔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월 친형 강제입원 혐의와 관련, 분당보건소와 성남시정신건강증진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성남남부지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경찰은 "당시 수사의 연장선상에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 측은 압수수색에 반발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11시40분쯤 자택을 나서며 "세상 이치가 그렇듯이 결국은 진실에 기초해서 합리적 결론이 날 것"이라며 "사필귀정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문제 되지 않은 사건인데 6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왜 이런 과도한 일이 벌어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휴대전화 하나 압수해갔다. (경찰이) 전화기 하나 찾으려고 왜 이렇게 요란하게 압수수색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두 대를 압수했다고 밝혔으나 이 지사는 '휴대전화 하나'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에 대해선 “곧 공식적으로 브리핑하겠다"며 "도정에 흔들림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에서 압수수색에 응한 뒤 늦은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에서 압수수색에 응한 뒤 늦은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 지사의 휴대전화와 자택까지 압수수색하면서, 이번 사건의 핵심인 이 지사에 대한 경찰 소환도 가시권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기치 못한 경찰 압수수색에 경기도 공직사회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경기도청 일각에서는 “친형 강제입원 관련 수사라고 하지만 압수수색 대상이 포괄적으로 돼 있어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설 등 이 지사와 관련해 논란이 됐던 사안들을 경찰이 총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경찰의 압수수색,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경찰 압수수색의 배경인 형님의 정신질환 문제는 이미 6년이 지난 해묵은 논란일 뿐이고 선거마다 등장했지만 아무런 문제점이 발견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형님을 강제입원 시키려 한 사실이 없고, 문제가 심각한 정신질환자의 강제진단을 위한 정당한 공무집행조차도 도중에 그만두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그런데 뒤늦게 특검 수준의 과도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전형적인 망신주기 식의 수사가 진행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격하는 집단 앞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정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 그러니 경찰 관계자들도 조속히 사실관계를 밝혀 도정에 방해받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란다’며 글을 맺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이 지사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이 지사 자택 앞에 모인 취재진.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이 지사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이 지사 자택 앞에 모인 취재진. [연합뉴스]

이 지사에 대한 경찰 수사는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위의 고발에 따라 본격화했다. 특위는 지난 6월 10일 ▶방송토론 등에서 형(이재선씨)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한 의혹과 김부선씨 관련 의혹을 부인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성남시장 권한을 남용해 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한 직권남용죄 ▶자신이 구단주로 있던 성남FC에 여러 기업이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 이상을 지불하도록 한 특가법상 뇌물죄(또는 제3자 뇌물죄) 등을 들어 이 지사를 고발했다.

‘형님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뒤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영환 전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가 재선씨의 부인과 기자회견을 열면서 증폭됐다. 또 지난 8월 4일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와 조카로 추정되는 인물이 ‘강제 입원’을 놓고 언쟁을 벌인 2분 분량의 통화 녹취 파일이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급속히 퍼지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당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녹취 파일에 등장한 인물이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와 조카인 것은 맞다”며 “2012년 6월쯤 녹음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통화 내용 중 김씨가 말한 ‘강제 입원’은 실질적인 입원이 아닌 정신보건법에 따른 ‘정신질환 진단’을 받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 측은 이어 “정신보건법에 따라 지자체장으로서 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 수 있는 권한이 (당시 이 시장에게) 있었지만, 오히려 하지 않았다”며 “외부 음해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경기도의 적폐 청산과 도민의 삶 개선을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성남=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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