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國監, 정책혼선 규명에 역점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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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3백92개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첫 국감이자 내년 총선을 앞둔 국감이다. 이에 따라 행정부의 국정수행을 포괄적으로 감시하고 문제점을 시정해야 할 올해 국감이 총선용 정략감사로 흐를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권과 야당 간 대립이 첨예한데다 민주당의 분당사태로 정치상황이 한층 복잡해져 이런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야당에선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의혹사건을 파헤치겠다고 벼른다는 얘기가 들린다.

분당 과정에서 대통령 세력과 극도로 감정이 상한 민주당의 태도도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아 차분한 정책감사보다는 원색적인 폭로.비방전이 벌어질 상황이다.

따라서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 정치적 감정을 가급적 억제한 채 국정난맥과 정책혼조를 추스르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이성적 자세를 갖기를 당부한다. 우리가 처한 오늘의 위기상황이 정략적 접근을 허용하기엔 너무 엄중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추가파병.북핵문제.주한미군 재배치 등 안보문제,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태풍 피해 복구.원전센터 부지 선정.새만금 사업.노동정책.청년실업 등 경제.사회적 현안 등 숱한 난제는 어느 것 하나 간단한 것이 없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 정부의 시책을 재검토하는 데 소일한 사회적 낭비를 깊이 추궁하고 그 시정책도 세워야 한다.

국회가 이런 중차대한 국정현안을 앞에 두고도 정파 간 이전투구에만 주력한다면 국민의 지탄만 받을 것이다. 그런 자세는 오히려 내년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임을 여야는 알아야 한다. 국민도 이제는 그 정도는 변별할 만큼 깨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매서운 비판과 생산적 대안 제시의 장으로 국감이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정부가 의원들의 자료요청이나 정책질의에 성실하게 응함으로써 국정의 난맥을 바로잡는 호기로 삼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국정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국회와 정부 간 관계가 바로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