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新4당체제 불안을 최소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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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민주당이 드디어 갈라져 다시 4당체제의 정국구도가 됐다. 집권당의 분열에 따른 이번 4당체제는 헌정사상 초유의 왜소 여당체제를 탄생시켰다.

자연 국정혼란과 불안이 야기돼 국민에게 부담을 안겨주지 않을까 걱정되는 현실이다. 민주당과 신당 및 행정부는 새로운 정치구도가 국가경영을 혼란으로 몰아넣지 않도록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 4당체제는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빚은 결과다. 따라서 정치권이 이를 계기로 민생을 젖혀놓고 총선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4당이 위급한 안보 문제에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경제, 거기에 태풍 피해까지 겹쳐 서민경제에 대한 압박이 심각한 상황을 외면한 채 총선 정국의 주도권만 겨냥한다면 국가적 불행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혼란과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여권체제는 하루빨리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과 신당의 권력과의 관계가 명확하게 설정돼야 한다. 그래야 정부는 물론 국민도 혼란을 덜 느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분명한 태도 표명이 필요한 까닭이다. 盧대통령이 사실상 신당 지지 입장을 밝히고도 민주당적을 유지하는 것이나, 신당이 '정신적 여당' 운운하는 것은 모두 비정상적이다.

총선 득표만 의식해 어정쩡한 모습으로 혼선을 일으킨다면 신당 출범의 정치개혁 명분에 역행하는 처사가 될 뿐이다. 이미 분당할 때 여소야대를 감내한 것이라면 盧대통령과 신당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내년 총선에서 집권 1년에 대한 중간평가를 받는 것이 당당한 자세일 것이다.

왜소 여당체제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행정부와 야당의 협조관계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부가 과거 집권당과의 당정협의 수준 이상으로 야당에 정책을 성실하게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부와 국회의 대립각은 날카로워지고, 국정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정치개혁을 위해 집권당을 쪼갠 盧대통령 중심 세력의 정치실험은 국가적 재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