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테러 수사, 배후·공범 규명이 핵심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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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씨는 지난해 8월 청송보호감호소에서 가출소한 이후 이렇다 할 직업이 없는 상태였다. 고정적인 수입이래야 매달 생활보호 대상자에게 입금되는 18만원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1월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지난달까지 760여만원을 사용하고 꼬박꼬박 결제해 왔으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씨는 '카드깡' 수법으로 결제했기 때문에 실제 사용대금은 많지 않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씀씀이에 비춰보면 어딘지 석연치가 않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이번 사건이 단독범행이 아닐 개연성이 높다고 한 점에 주목한다. 검찰은 그 근거로 사건 당시 범행에 가담한 사람들이 더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들고 있다. 이는 현장 사진 등을 분석해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배후 세력이 있느냐 여부다. 이를 밝히려면 금융계좌.통화 내역 추적이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압수품에 통장이 없다고 했다가 다음날 통장 하나를 찾아냈다고 말을 바꿨으니 초동수사가 허술했음을 보여준다.

출소 이후 지씨가 어느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취직을 부탁했다는 부분도 규명이 필요하다. 해당 의원 측은 "지역구 사람들 민원으로 생각하고 듣기만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씨는 "모 의원의 추천으로 취업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가 재발해선 안 된다. 그러려면 이 사건 공범과 배후 여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야당에서 제기한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털어내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