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고속버스 복면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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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구=김영수·부산=조광희기자】19일 오후9시30분쯤 대구시 괴전동 앞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달리던 동양고속버스소속 경기6바3032호 고속버스 (운전사 장재환·51)안에서 30대 남자승객이 복면강도로 돌변, 권총을 들이대고 승객들을 위협해 현금 23만1백40원과 손목시계4개·선글라스2개 등을 빼앗았다. 이 강도는 버스안내양 이인숙양(21)을 인질로 잡고 도망치려다
승객중 공군3726부대 기방대대2소대소속 윤필승 이병(23)과 격투 끝에 윤이범을 칼로 찔러 중태에 빠뜨린 뒤 금품을 둔 채 인근아산으로 도주했다.
사고버스는 이날 오후6시 승객21명을 태우고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가던 중 서대구인터체인지를 통과하는 순간 사고를 당해 오후10시 대구동부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키1m70cm가량에 경상도 말씨를 쓰는 범인을 수배하는 한편 경찰관1백 명을 풀어 범인이 달아난 괴전동일대와 인근야산을 수색하고 있다.
◇범행=운전사 강씨에 따르면 버스가 괴전동 앞을 지날 때 앞쪽5호석에 앉아있던 범인이 갑자기 선글라스와 흰마스크로 복면을 하고 일어나 안내양 이양에게 권총을 들이내고 차내 불을 끄게 한 뒤 차내 마이크로 승객들에게 머리를 의자 밑으로 숙이고 호주머니에 든 것을 모두 내놓으라고 위협했다.
범인은 이어 권총을 든 채 안내양 이양을 시켜 맨 뒤 45호석 승객 윤재호씨(31·서울반포2동 한신아파트323동507호)의 현금11만원을 빼앗은 것을 비롯, 승객들이 내놓은 현금23만1백40원과 손목시계4개·선글라스 2개를 탈취, 선반 위에 있던 승객가방을 꺼내 금품을 넣고 운전사 장씨를 위협, 차를 세웠다.
◇격투·도주=범인은 차가 서자 안내양 이양을 인질로 끌어내린 후 운전사 장씨에게 『이양을 72시간 후에 풀어주겠으니 그전에 경찰에 신고하면 이양을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고 이양을 앞세워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이 순간 특별외박을 방아부산외가에 가려고 앞좌석에 있던 윤이병이 달려들어 5분간 격투를 벌였으나 범인이 칼을 뽑아 윤이병의 팔과 왼쪽 옆구리를 찔러 윤이병이 쓰러지자 승객들이 『강도야』하며 소리치는 순간 금품이 든 가방을 둔 채 인근 야산으로 달아났다.
한편 사고버스는 이날 오후11시 부산에 도착예정이었으나 4시간 늦은 20일 오전3시에 도착, 중상을 입은 윤이병을 부산 도진외과병원에 입원시켰다.
겁에 질러 정신을 잃은 이양은 동양고속 안내양숙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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