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장관을 '의원'이라고 부른 한국당…청문회 된 대정부 질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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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의 교육ㆍ사회ㆍ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의원’이라고 불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장관이라고 불러라”고 항의하자 “아직 개인적으로는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다. 유 부총리가 자리에 앉아 의원 질의를 기다리고 있다. 변선구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다. 유 부총리가 자리에 앉아 의원 질의를 기다리고 있다. 변선구 기자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유 장관의 위장 전입 논란, 2020년 총선 출마 여부 등에 대한 야당 공세가 이어졌다. 민주당에서는 “제2의 인사청문회 같다”(신경민 민주당 의원)는 말도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유 장관이 1996년 거주지(서대문구 북아현동)와 다른 주소(중구 정동의 성공회 사제 사택)로 자신의 딸을 덕수초등학교에 진학시킨 점을 지적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위장 전입을 한 분이 교육부 장관을 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유 장관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위장 전입과 관련된 국민의 지적에 대해서는 아프게 받아들이고 거듭 죄송하다”고 답했다. 다만 유 장관은 “딸 아이가 입학했던 덕수초등학교는 명문 초등학교가 아니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유 장관이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것인지를 물었고, 유 장관은 확답은 하지 않았다. 선거법상 총선에 출마하려면 2020년 1월 중순에는 장관직을 사퇴해야 해서 장관직을 1년 남짓밖에 수행할 수가 없다. 한국당 주광덕ㆍ성일종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공세를 폈다.

▶김삼화 의원=“다음 총선에 출마할 거냐 안 할 거냐.”
▶유 장관=“출마에 대한 논란보다 이 직을 어떻게 잘 수행할지 고민하겠다.”
▶김 의원=“본인의 거취도 분명하게 이야기 못 하시는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는 게 의미 없다. 들어가라.”

유은혜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 장관은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제가 부족함이 있는 것은 더 경청하고 깊이 성찰하겠지만 법적, 도덕적 양심을 걸고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 “잘못된 의혹 제기나 근거 없는 논리들을 만드는 부분들도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등의 답을 내놓았다. “여러 의원들이 지적해주신 따가운 비판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유 장관을 임명하면서 야당의 공세는 예고됐었다. 이날도 야당에서는 “협치 포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당 박성중 의원=“협치의 최대 장애물로 보이는데 자진 사퇴할 생각 없나.”
▶유 장관=“인사청문회로 소명된 일에 대해서는 이제 마무리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각각의 당 회의에서 경제·사회 부총리의 경우 국회에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 임명이 불가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여당 의원들은 유 장관을 방어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국가정책을 논의해야 하는 자리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부분에 대해서 정쟁거리로 문제를 삼는 것은 국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고, 같은 당 손혜원 의원은 “임명 하루 된 장관에게 사퇴하라고 소리 지르며 방해하는 모습이 의아하다”라고 말했다.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질문이 적절치 않다며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단상에 나와 이주영 부의장에게 항의하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홍 원내대표를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질문이 적절치 않다며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단상에 나와 이주영 부의장에게 항의하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홍 원내대표를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본회의장에서는 몸싸움도 벌어졌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항의하며 이주영 국회 부의장을 향해 연단 쪽으로 나가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의원 대정부 질문 방해하느냐”며 막아섰다.

유 장관은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금지 계획을 세웠다가 논란이 된 유치원 방과 후 영어 활동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장관은 “유치원 영어는 놀이중심 방과 후 과정을 허용하는 것으로 교육부에서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당시 유치원 방과 후 영어 활동을 금지하기로 했다가 학부모 반발이 거세자 시행을 1년간 유예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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