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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짜뉴스 단속에 야당 “국가주의적 정책의 발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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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검찰·경찰에 “가짜뉴스를 신속 수사하라”(2일)고 지시한데 대해 야권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당 회의에서 이 총리의 발언을 겨냥해 “사회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신용카드 명세까지 국가기밀이라고 해놓으니 가짜뉴스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을 가짜뉴스 문제와 연결지으면서 가짜뉴스가 양산되는 원인을 정부의 과도한 정보 통제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정부가 좋은 정보, 양질의 정보를 많이 공유하고 행정 과정이나 정치 과정을 투명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사무총장도 “개인 미디어의 본질은 대중매체가 지면과 시간의 제약으로 다루지 못하는 복잡다단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것에 있는데 이것을 공중파 다루듯 통제하겠다는 것이 바로 국가주의적 정책의 발로”라며 “정기국회에서 여당이 개인 미디어 통제 법안을 입법화하려고 시도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튜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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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정운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인들이 가짜뉴스) 규제 방법을 말할 때마다 독일의 ‘가짜뉴스 규제법’을 인용하지만 실제로 독일에 가짜뉴스 처벌법이란 건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대신 독일에는 온라인상 모욕, 협박 콘텐트 등에 플랫폼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토록 하는 내용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을 개선한 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이 법에 대해 “입법과정에서 독일의 인권단체들이 일제히 반대를 표명했고 아직도 저항하고 있다”며 부작용이 많은 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ㆍ여당이 가짜뉴스를 향해 칼을 꺼낸 것은 유튜브에서 보수 진영의 콘텐트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데 대한 ‘불편함’이 작용했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유튜브 내 보수 성향 정치ㆍ시사 분야 상위 5개 채널의 구독자 수는 전체 약 100만여명이다. 지난해 8월만 해도 35만여명 수준이었는데 급속도로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 중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채널인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구독자 수는 약 26만명으로 KBS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약 27만명)와 엇비슷할 정도다. 한국당 관계자는 “공중파 방송을 친여 성향 인사들이 완전히 장악하면서 정권 비판적 논조가 사라지가 시청자들이 대안을 찾아 유튜브로 건너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펀앤드마이크 정규재TV'의 정규재 대표 [중앙포토]

'펀앤드마이크 정규재TV'의 정규재 대표 [중앙포토]

그럼에도 연일 여당은 가짜뉴스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위 위원장을 맡은 박광온 의원은 4일 라디오에서 “가짜뉴스를 유포했더라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성립하지 않는 우리 법에 허점이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gn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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