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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정면돌파 "청탁 없었다. 청년들께 죄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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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55)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어떤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선 감독은 국정감사 출석에 앞서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서 "야구대표 선발 청탁 없어" #"병역 관련한 국민정서 헤아리지 못해" #10일 국감 출석 앞두고 논란 적극해명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게임 선발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아시안게임 선발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 감독은 "기록·포지션·체력 등 여러 지표를 고려해 코치들과 토론해 선수를 선발했다. 감독인 내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력에 신경을 쓰다 보니 국민의 정서, 특히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그 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LG 내야수 오지환(28) 선발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선 감독은 "내야진 주전을 박병호(1루수), 안치홍(2루수), 김하성(유격수), 최정(3루수)으로 정했다. 그리고 백업 내야수를 (전문 유격수인) 오지환으로 결정했다"며 "김현수가 1루수 백업이 가능하다. 유격수·2루수·3루수를 볼 수 있는 선수를 찾다 보니 두산 허경민이 가장 근접했다. 그러나 허경민이 (여름 들어)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고 있다는 보고를 트레이닝 파트로부터 받았다"고 해명했다.

멀티 포지션을 뛸 확실한 선수가 없어서 오지환을 뽑았다는 것이다. 오지환이 유격수로 나서면 김하성이 3루수 등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약체였던 인도네시아와의 예선전(8월27일)에는 김하성·오지환이 장염에 걸려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당시 최정 대신 3루수로 뽑혔던 황재균이 유격수로, 안치홍이 3루수로 출전했다.

박근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기획팀장은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회의록을 대한체육회에 이미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의록 일부를 발췌해 KB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대표팀 선발 기준) 기록면에서 오지환이 김하성에 이어 유격수 2위', '전문 유격수를 백업으로 활용했던 대회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는 회의 참석자의 발언이 있다.

선 감독은 오지환 선발에 대해 '기능적인 요소'만 고려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사과했다. 올해 초 오지환과 박해민(28·삼성)은 입대 나이가 만 27세로 제한돼있는 상무·경찰청 야구단 입단을 포기했다. 시즌 중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병역특례를 받길 기대한 것이다. 선 감독은 '국가대표급 성적'을 내지 않은 오지환·박해민을 뽑았고,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서 이들은 병역특례를 받았다. 한국 청년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병역 논란이 야구 대표팀을 흔들었다.

여론이 악화하자 지난달 한국청렴운동본부는 선 감독을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이에 대응하지 않자 선 감독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기자회견 말미에 선 감독은 "모든 책임은 감독인 제가 지겠다. 다만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국가대표 스태프와 KBO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야구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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