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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삼국지] 미·중 군사대결에 러시아 합류…북 비핵화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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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들이 해상훈련에서 기동을 하고 있다.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을 가진 7함대도 태평양사령부 예하 부대다. [사진 태평양사령부]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들이 해상훈련에서 기동을 하고 있다.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을 가진 7함대도 태평양사령부 예하 부대다. [사진 태평양사령부]

미국과 중국이 최근 벌이는 무역 전쟁이 군사 분야로 확전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해군 구축함이 남중국해에 진입했다. 영유권 분쟁지역인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근접하자 미ㆍ중 간 긴장 수위가 올라갔다. 앞서 27일에는 미군 전략폭격기 B-52 2대가 남중국해 일대를 비행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도발 행위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우리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군 폭격기·구축함 남중국해 진입 #러시아, 냉전 이후 최대 규모 군사훈련 #중·러 공동전선 구축해 '신냉전' 우려 #북한 비핵화 이슈, 패권 구도 결정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ㆍ중 경쟁 구도에 러시아도 가세하면서 G2 대결을 넘어선 신냉전 체제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ㆍ경제 분야 폭넓은 협력을 키워가고 있어서다. 최근 한 달 동안 일어난 사건만 보더라도 쉴 틈 없이 치고받는 형세다. 급변하는 정세를 두고 전문가 분석은 엇갈리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 이슈가 촉발 요인(트리거)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훈련에 참가한 대만 F-16 전투기. [EPA=연합뉴스]

지난 6월 훈련에 참가한 대만 F-16 전투기. [EPA=연합뉴스]

여기에 미국은 한 수를 더 뒀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승인하면서 중국에 가장 민감한 급소를 건드렸다. 지난달 25일 로이터ㆍAFP통신 등은 전투기(F-16ㆍF-5)와 전술수송기(C-130)를 비롯해 대만 국산 전투기 IDF(경국호)에 필요한 부품 판매라고 전했다. 미국이 승인한 무기 판매에는 중국 본토를 공격하는 첨단 무기도 포함됐다. 대만 군 당국이 미국에서 제3세대 야간표적식별 장비인 스나이퍼(Sniper) ATP(Advanced Targeting Pod)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대만 언론이 보도했다. 대만 F-16 전투기 주ㆍ야간 지상공격 능력을 대폭 향상하는 장비다.

중국도 강력 대응…미 항모 막아서기도 

중국 당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도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국제법과 국제 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히 위반한 것이며 중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중국 노림수를 부인하지 않았다. 미국 국방성 안보협력국(DSCA)은 “이번에 제안된 판매는 수령인(recipient)의 안보ㆍ방어력 증진을 도움으로써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가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맞선 대만을 지원하는 게 오히려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고백이다. 여기에 경제적 이익도 기대하고 있다. 대만 무기 수출은 3억3000만 달러(한화 약 3685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중국은 미국의 무기 수출에 반대하면서도 미국에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화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미 정부가 대만 판매 건을 미국 의회에 통보했는데 별다른 반대가 없다면 1개월 뒤 시행되기 때문이다.

S-400 트리움프 방공미사일. [중앙포토]

S-400 트리움프 방공미사일. [중앙포토]

미국은 중국 군사력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중국이 러시아 방공미사일 S-400과 수호이(Su-35) 전투기 10대를 구매하자 국제사회가 공조하는 러시아 제재를 위반했다고 미국은 대응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와 리상푸 부장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 발표가 나오자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중국은 미ㆍ중 군사협력 창구도 닫았다. 미국에서 군사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던 선진룽 해군 사령관을 본국으로 소환했다. 지난달 25∼27일 베이징에서 개최를 앞두고 있던 미ㆍ중 합동참모부 대화까지 연기했다.

미·중 경제전쟁, 진짜 전쟁으로 확전 조짐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미 해군 항모도 건드렸다. 이번 달 홍콩에 기항하려던 항공모함급 강습상륙함 와스프함 입항을 거부했다. 와스프함은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하고 인도양ㆍ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는 핵심세력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5일 “중국은 사례별로 기항을 허용하거나 허용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기항 거부는 지난 2016년 미 항공모함 스테니스함 기항을 거절한 이후 처음이다.

최근 벌어진 미ㆍ중 간 불화는 경제 분야에서 옮겨붙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73차 유엔총회에서 “중국의 시장 왜곡과 그들의 (무역) 방법들을 참기는 어렵다. 이제 우리 국가의 이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224조 원) 규모 무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 600억 달러(67조 원) 규모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해 무역 전쟁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두고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ㆍ중 대결을 넘어선 더 심각한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G2 미ㆍ중 대결 영역을 분리해서 볼 수 없고 신냉전 대결로 봐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결합한 대륙세력과 미국과 일본이 주축인 해양세력이 충돌하면서 지정학적 대결로 회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11~17일까지 동시베리아를 비롯해 동해ㆍ베링해ㆍ오호츠크해 등에서 ‘보스토크(동방)-2018’ 훈련을 했다. 냉전 시기였던 1981년에 열렸던 ‘자파드(서방)-1981’ 훈련 이래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이번 훈련에는 병력 30만 명, 탱크 등 전투 차량 3만 6000대, 전투기 1000대 이상이 참가했다.

지난달 러시아에서 열린 군사훈련 '동방-2018'은 내전 이후 최대 규모로 이뤄졌다. [사진 러시아 국방부=연합뉴스]

지난달 러시아에서 열린 군사훈련 '동방-2018'은 내전 이후 최대 규모로 이뤄졌다. [사진 러시아 국방부=연합뉴스]

중·러 연합훈련 실시해 대미 공동전선 구축 

훈련 규모보다 더 눈에 띈 점은 중국의 합류다. 중국군 병력 3200명, 차량 1000여대, 전투기와 헬기 30대가 참가했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협력보다는 갈등 구도를 그려왔다. 중국은 1970년대 미ㆍ중 데탕트 이후 중ㆍ러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훈련에 양국이 연합하면서 냉전 시기 ‘중ㆍ러 대 미국’ 구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이런 훈련이나 협력 구도를 자주 보게 될 것”이라며 “최근 진행되는 중국군 개혁과 조직 개편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참석 차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참석 차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주러시아 중국대사는 지난달 10일 중ㆍ러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오늘날 중-러 관계는 역사상 최고”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1일 양국 정상이 만난 동방경제포럼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100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고 이 중 7개 프로젝트(46억 달러)는 이미 완료됐다고 발표됐다.

과거 냉전과 양상 비슷하나 본질은 달라 

중ㆍ러 협력체제와 미국의 대결이 심화하고 있지만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가까워진 배경엔 미국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오히려 누구라도 미국과 화해 국면에 들어서면 중ㆍ러 협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영철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향후 미ㆍ러 관계 변화에 따라 중ㆍ러 전략 관계도 변화할 수 있다”며 “악화한 미ㆍ러 관계가 개선되면 중ㆍ러 협력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헬싱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7월 헬싱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ㆍ중 대결 구도가 다소 빠르게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미ㆍ중 대결은 언제라도 잠재적인 위협이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빨라진 부분이 있다”며 “미국은 아직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완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국가 이익에 따라 경쟁하는 강대국 갈등이라는 측면은 과거 냉전 때와 비슷하다”면서도 “경제와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교류하는 시대에 과거처럼 모든 영역에서 대결하는 냉전 구도로 돌아가기 어려운 근본적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이뤄지는 북한 비핵화 이슈가 촉발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미ㆍ중 모두 한반도에 국익이 걸려 있는 만큼 비핵화 향배에 따라 의외의 변화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북한 비핵화ㆍ남북 군비통제ㆍ유엔사 역할 변화를 논의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국익 극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폭넓은 시각을 갖고 대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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