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경제전망, 지금도 나쁘고 내년은 더 나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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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의 한 고용·복지센터 실업인정신청 창구에 중년 구직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의 한 고용·복지센터 실업인정신청 창구에 중년 구직자가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엔 비관적 분위기가 완연하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9월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단 9.6%만이 최근 한국 경제를 ‘매우 좋은 상황’(1.2%) 또는 ‘약간 좋은 상황(8.4%)’으로 봤다. ‘약간 어렵다’는 28.3%, ‘매우 어렵다’는 37.1%나 돼 전체의 65.4%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연령·지역·지지정당을 막론하고 전부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더 큰 문제는 경제가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지금과 비교해 1년후 경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좋아질 것(많이 좋아질것 3.6%, 약간 좋아질 것 20.4%)이란 응답은 24.0%였다. 반면 나빠질 것(좀 더 어려워질것 24.0%, 많이 어려워질 것 16.1%)이란 답변은 40.1%였다. 이같은 여론은 최근 주요 경제기관들이 한국의 성장율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30일 “올해 말부터 금리를 높이면 전반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주력 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률 높아질 수 있어 내년 경제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좋아질 것 36.4%, 나빠질 것 25.2%), 연령별로는 30대(좋아질 것 27.7%, 나빠질 것 25.1%)에서 유일하게 긍정적 전망이 부정적 전망보다 많았다.

경제가 어려워진 이유를 묻는 질문엔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1.2%가 ‘정치문제’라고 답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권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없다고 국민이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 두 번째 많이 꼽힌 것은 ‘가계부채’(18.2%)였다. 특히 대출을 받아 전셋값과 집값을 마련하는 연령대인 30대(28.1%)ㆍ40대(24.2%)에선 ‘가계부채’를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과반(56.1%)의 응답자가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중 하나인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에 대해선 ‘긍정’(35.1%)보다 ‘부정’(45.6%) 입장이 많았다. 총론은 찬성하지만 각론은 비판적인 셈이다. 김정식 교수는 “부작용이나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다보니 부담을 느낀 국민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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