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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 화장품 ‘봄향기’의 본고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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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호 18면

비행산수 시즌2 ⑬ 천지 물 흘러 서해로 드니, 신의주

비행산수 신의주

비행산수 신의주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의 고향은 신의주다. 신의주청년역에서 군복을 입고 입영열차를 탔다. 내려 보니 개성이었다. 군 생활 9년째이던 1979년에 비무장지대를 넘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정치학박사가 됐다. 탈북민 박사 1호다. “74년에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이 역전됩니다. 그 때만 해도 신의주는 밤에도 불이 환하고 활기가 넘쳤어요. 압록강 건너 중국 단둥은 신의주보다 작고 어두컴컴했지요. 얼마 전에 단둥에서 북한 쪽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학교 다닐 때 의주 앞에 있는 섬으로 노력동원을 다녔는데 그때의 흙집들이 그대로예요”

안 소장은 사진에서 강변에 있는 펄프·방직 공장을 정확히 짚었다. 신의주에서 만드는 ‘봄향기’ 화장품은 북한에서 알아주는 브랜드란다. 남신의주 낙원기계공장은 굴삭기 트랙터를 등을 생산하는 북한 제일의 중장비공장이다. 도시는 둥그런 성벽에 갇힌 모습이다. 외부의 틈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움츠린 자세다. 역전광장과 중앙광장을 잇는 중심가 외에는 이렇다 할 고층건물이 없다. 강 건너 단둥은 뽕밭이 바다가 되고 하늘과 땅이 뒤집힐 만큼 달라졌다. 성냥개비를 꽂아놓은 듯 빼곡한 빌딩들이 신의주를 포위하며 압록강을 따라 기다랗게 퍼져나가고 있다. 78년 등소평이 개혁개방 노선을 내세우고부터다. 그림에서 보는 단둥 도심은 전체 크기의 3분의2 정도다.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다리는 조중우의교 딱 하나다. 옛 철교는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끊겼다. 북한 쪽은 교각만 남아있다. 하류 쪽에 세운 신압록강대교는 신의주에서 접근하는 길을 내지 않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압록강 가운데를 가르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선이 묘하다. 넓고 너른 강 하구가 모두 북한 품안에 있다. 비단섬이 중국 쪽에 바짝 붙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국과 달리 북한은 강을 통해 서해를 오르내릴 수 있다.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에 다녀온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신의주가 제2개성공단 후보지로 유력하다 했다. 남과 북을 잇는 땅과 하늘과 바다 길이 열리면 신의주는 어떻게 달라질까. 비행기 꼬리에 한반도를 그려 넣었다. 이 그림처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독도가 들어간 온전한 한반도기가 내내 물결쳤다.

“오랜만에 고향 보니 콧마루가 찡하구나야” 안 소장은 신의주 사진을 보고 또 봤다.

그림·글=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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