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차 0.75%P로 … 이주열 “금리 결정 어려워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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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미국이 올해 들어 세 번째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다음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미국이 올해 들어 세 번째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다음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금리를 올리면 돈이 흘러 모여든다. 돈을 끌어당기는 자기장의 힘이 세지는 셈이다. 미국이 금리라는 자석의 힘을 더 북돋웠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5~26일(현지시간)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2.0~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호황 업고 금리 0.25%p 인상 #내년까지 네번 더 올려 3.25% 전망 #한국, 자본유출 우려 커지지만 #자영업자 등 부담, 인상 쉽지 않아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올해 들어 세 번째 인상이다. ‘제로금리(연 0~0.25%)’ 시기를 지나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여덟 번째다. 정책금리 하단이 2%를 넘은 건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미 역전된 한국(연 1.5%)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2007년 7월 이후 11년2개월 만이다.

미국의 금리 자기장은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Fed는 내년까지 네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연말까지 한 번 더 올리고, 내년에 3회를 인상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3.25%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연내 1회 추가 인상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FOMC 위원 16명 중 12명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2020년 1회 추가 인상에 이어 2021년 금리를 동결하며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으로 위원들은 내다봤다. 이 경우 미국 정책금리는 연 3.25~3.5%까지 올라간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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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3회 정도 기준금리를 올려도 금리 차는 최소 1.25%포인트 이상이다.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1.5%포인트 이상 낮았던 2000년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해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았던 시기가 10개월이나 지속됐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직후 “정상으로의 점진적인 전환이 강력한 경제 상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듯 미국의 경제 전망은 더 밝아졌다.

Fed는 2.8%이던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높였다. 내년 성장률도 0.1%포인트 올린 2.5%로 조정했다. 블룸버그는 “경기 과열을 막으면서도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 않는 금리 인상의 연착륙”이라며 “Fed가 104년 역사상 처음으로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본격 긴축 모드에 들어선 파월의 연착륙은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경착륙 위험을 키운다. 한은은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틀기 위한 깜빡이(인상 소수의견)는 켜뒀다. 금융 불균형 축적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인상을 위한 명분 쌓기에도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7일 “물가와 고용 사정이 (그동안) 금리를 올리기에는 좀 미흡했다. 금리 결정에 있어 당초 예상보다 여건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 한·미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한다. 하지만 고용 쇼크와 소득 분배 악화를 고려하면 선뜻 금리를 올리기 힘들다. 커지는 자영업자 부담, 서울과 지방으로 양극화하는 부동산 시장도 운신의 폭을 좁힌다.

게다가 한은은 10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2.9%)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당초보다 0.3%포인트나 낮췄다. 이래저래 스텝이 꼬일 처지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책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는 과장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는 만큼, 금리 인상이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국 간 금리 격차 축소라는 금리 인상의 장점보다 가계와 자영업자, 기업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무딘 칼’인 금리 정책의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위원은 “미국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국내 금리가 낮은 건 당연하다”며 “금리를 인상하려면 한은과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고 경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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