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 본즈, 역대 홈런 공동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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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본즈가 통산 714호 홈런을 친 뒤 1루로 달려나가며 관중석에 손짓하고 있다. [오클랜드 AP=연합뉴스]

714. 배리 본즈(42.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영원한 홈런왕' 베이브 루스와 나란히 섰다. 이제 본즈는 행크 애런이 보유한 메이저리그 최다홈런기록(755개)을 쫓는다.

본즈는 21일(한국시간) 오클랜드의 매커피 콜리시엄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진 2회 초 오른쪽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아치를 그려냈다. 올 시즌 6호. 빅리그 21시즌 만에 기록한 자신의 통산 714호 홈런으로 베이브 루스와 역대 이 부문 공동 2위에 오르는 한 방이었다.

본즈는 8개 메이저리그팀에서 외야수로 활약했던 아버지 보비 본즈의 피를 물려받아 힘과 스피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홈런-도루에서 모두 뛰어난 기록을 세워 가고 있다. 본즈는 1985년 애리조나 주립대 재학 시절 1라운드 전체 여섯 번째로 지명돼 86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데뷔했다. 본즈는 이후 일곱 차례나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90년을 시작으로 통산 8차례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2001년에는 한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73개)을 작성했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혼자만이 500홈런-50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홈런.도루.골드글러브 등의 기록이 말해주듯 힘.스피드.수비 등을 고루 갖춘 만능이다.

본즈는 이날 홈런을 때린 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것과 홈런왕 베이브 루스처럼 불리는 게 인생의 목표였다. 그 가운데 한 가지를 이루게 됐다. 루스와 같은 수준의 선수로 불린다는 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다"라며 기뻐했다.

이제 본즈는 또 하나의 기록을 쫓고 있지만 본즈의 뒤를 쫓아 오는 검은 그림자가 있다. 스테로이드 스캔들과 관련된 의혹, 그리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미지가 그것이다. 본즈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볼넷 기록이 말해주듯 '기피의 대상'이기도 하다.

마크 맥과이어(99년 71개 홈런)처럼 본즈도 스테로이드 파문에 휩싸이며 금지약물의 힘을 빌려 홈런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세 차례나 무릎 수술을 받은 것도 그 후유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날도 홈런의 현장에서는 본즈의 대기록 수립에 기립박수를 보내는 팬이 있었지만 스포츠를 약물로 오염시킨다는 안티 팬의 야유도 만만치 않았다.

동료들도 그를 훌륭한 선수라고 말하지만 '영웅'으로 받들어 주진 않는다. 이날도 야구 선배들과 동료들은 뜨거운 찬사 대신 형식적 축하를 보내는 데 그쳤다. 경기에서는 자이언츠가 연장 10회 접전 끝에 4-2로 이겼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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