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이 ‘법원행정처 폐지’라는 사상 초유의 개혁안을 발표했음에도 여론의 반응이 싸늘하다. 연휴가 끝나는 대로 국회는 고강도 국정조사, 특별재판부 설치 등 사법개혁안을 실행에 옮길 예정인데, 추석 민심이 개혁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0일 ‘법원행정처 폐지’를 담은 사법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애초에 법조계 안팎에서 예상했던 '법원행정처 이전ㆍ법원행정처 권한분산' 보다 강력한 조치다. 이를 두고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법부 70주년을 맞아 김명수 대법원도 뭔가를 내놓아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외부의 비판과 조직을 지켜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 사이에서 고민하다 나온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사나 총무 등 기존 행정처의 일은 조직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데, 법원행정처라는 간판만 바꿔다는 것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행정처 폐지 외쳤지만, 구속영장 거부로 개혁의지 실종 #국회 국정조사 ,특별재판부 등 여러 안 놓고 고심
김 대법원장이 행정처 폐지라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여론의 반응을 싸늘하다. 20일 김 대법원장의 발표 직후, 21일 법원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거부한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 대법원장의 개혁의지가 무색해진 실정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장만 개혁을 외치고, 법원은 여전히 그대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첫 구속수사 시도가 법원에 막히자 검찰은 추석 연휴까지 반납한 채 보강수사에 나섰다.
김 대법원장의 개혁안이 이미 나온 상황에서 이제 사법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여론의 변화도 심상찮다. 추석을 앞두고 21일부터 이틀간 한국방송(KBS)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응답률 14.4%,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 ±3.1%p)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진행중인 검찰 수사가 재판부로 넘겨지면 독립된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한다는 의견이 77.5%에 달했다. 현재 재판부에 대한 불신이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연휴가 끝난 뒤 사법개혁의 강도는 국회에 의해 정해질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여당 관계자는 "우선 법사위를 중심으로 오는 정기 감사 때 사법부 재판거래의혹에 대한 집중 질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국정감사, 국정조사, 특별재판부 등 국회가 손에 쥔 카드가 많기에 여론의 추이를 보고 강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12일 사법부에 대한 고강도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