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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땡큐 솔져' ④] "GOP 경계작전 이상 무!" 휴전선을 지킨다

중앙일보

입력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 다들 가족과 지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 국군이다.

포격·귀순작전, 언제라도 실전상황 대비 #24시간 철통경계, 3교대 8시간씩 근무 #“GOP 근무 자원해…자부심 느낀다”

이들은 지금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단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팔 순 없다.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을 지키려면 말이다.

땅과 하늘, 바다에서 조국을 지키는 그들과 만나보자.

28사단은 중부전선을 지켜내며 철통경계를 이어간다[사진 육군 28사단 제공]

28사단은 중부전선을 지켜내며 철통경계를 이어간다[사진 육군 28사단 제공]

“태풍!” 강렬한 경례 구호가 들려온다. 중부전선 GOP(일반전초) 앞에 모여든 건장한 장정들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여기는 우리 국군이 반드시 목숨으로 지켜내야 하는 군사적 요충지다. 지난 1950년 6ㆍ25전쟁 당시에도 북한군 주력이 여기를 통해 내려왔다.

육군 28사단이 지켜내는 20여㎞ 구간은 경기도 북부 연천ㆍ동두천ㆍ파주ㆍ양주 지역이다. 한가위 추석 명절기간 모두가 바쁜 일상을 접어두고 있지만 여기는 사정이 다르다. 철책을 지켜내는 장병은 휴일과 명절을 잊고 오늘도 통문을 열고 DMZ 안으로 들어선다.

육중한 통문을 통해서 DMZ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28사단 장병들이 24시간 빈틈없이 지켜낸다. [사진 육군 28사단 제공]

육중한 통문을 통해서 DMZ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28사단 장병들이 24시간 빈틈없이 지켜낸다. [사진 육군 28사단 제공]

긴장감은 영상 감시 초소에도 가득하다. 초소 경계병은 3교대로 8시간씩 근무에 투입돼 24시간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변함이 없고 오늘 같은 추석 명절도 마찬가지다. 철통 경계에 나선 28사단 80연대 GOP 대대 용사들 목소리를 들어봤다.

송욱현(23) 병장은 “전방을 카메라를 통해 감시하고 있어 화면에서 눈길을 거둘 수 없다”고 말한다. 언제라도 침투 공작이나 무력 충돌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지난 2014년 10월 북한군이 고사총을 쏘며 도발하자 28사단 장병들은 K6 기관총으로 즉각 응사했다.

GOP 철책 초소는 고요 속의 긴장감이 가득한 장소다. 한발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서다. 송 병장은 “고라니와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 굉장히 많이 발견된다”고 말한다. 그는 “추석이라고 특별하지 않다”며 “맡은 임무와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철책선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장병들. 한 겨울엔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중앙포토]

철책선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장병들. 한 겨울엔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중앙포토]

“추석이라고 해서 기분 들뜨고 그런 건 알겠는데 너무 긴장을 풀지는 말아야 한다” 분대장 오세범(21) 상병 목소리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사실 경계병들도 명절을 앞두고 들뜬 마음을 감출 수는 없다. 추석을 맞아 합동차례를 지내고 체육대회도 개최한다. 그러나 분대원 12명을 책임진 분대장 입장에선 신경을 더 쓰게 된다는 얘기다.

오 상병은 “우리는 GOP 근무 임무를 맡아 명절에도 휴식이 없지만, 스스로 원해서 GOP 근무에 나선 만큼 사명감 갖고 있다”고 말했다. “GOP 근무를 후회한 적 없고 오히려 선택받았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 육군은 지원자들 중에서 GOP 근무 장병을 선발하고 있다.

자부심으로 뭉친 용사들은 달라도 뭔가 달랐다. 2015년 8월 북한군 포탄이 28사단에 떨어졌을 때다. 자주포 사격으로 대응하며 임전무퇴를 몸소 보여줬다. “위기상황에 전우만 남겨 둘 수 없다”며 전역을 미룬 장병도 여럿 나왔다. 위기가 닥치자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도 나섰다. SNS에 전역증ㆍ군복 사진을 올리면서 당장에라도 전선으로 뛰어가겠다는 기세를 보였다.

지난 2015년 북한군 도발 이후 긴장감이 커지자 군 복무를 마친 예비군들이 SNS에 군복 사진을 올리면서 충성심을 보여줬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 2015년 북한군 도발 이후 긴장감이 커지자 군 복무를 마친 예비군들이 SNS에 군복 사진을 올리면서 충성심을 보여줬다. [사진 중앙포토]

오 상병은 “GOP에서 근무하면서 애국심 많이 생겼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마음을 처음 가져봤다”고 말했다. 그는 분대원들에게 “열심히 근무한 뒤 휴가 나가서 부모님께 자랑스럽게 인사드리자”며 다독였다.

부모님은 장병들이 겪는 고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양원혁(21) 일병이 GOP 근무를 자원하게 된 이유도 아버지가 먼저 GOP에서 군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양 일병은 상황병 보직을 맡아 영상감시에서 발견된 특이 사항을 정리해 간부에게 전파한다. 북한과 바로 마주한 이곳에선 정확한 상황 보고가 더욱더 중요하다.

지난해 귀순병사가 내려온 중부전선 [사진 중앙포토]

지난해 귀순병사가 내려온 중부전선 [사진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북한군 병사(초급병사) 한 명이 이곳으로 통해 귀순했다. 28사단 장병들은 완벽하게 귀순 유도작전을 수행했다. 현장 조치와 보고가 매끄럽게 이어져 가능했던 성과였다. 양 일병은 “항상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명절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명절에도 휴전선을 지키는 장병 세 명은 모두  “끈끈한 전우애와 강한 체력을 가진 무적공동체가 되어 평화통일에 기여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 전역을 앞둔 송 병장과 오 상병은 마지막 명절 근무를 마친다. 올해 3월에 입대한 양 일병은 첫 명절근무를 마친 뒤 29일 휴가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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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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