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한 '高3 삼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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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를 앞둔 고교 3년생 삼총사가 국내 최초로 정신지체장애인 농구대회를 만들었다. 기금은 직접 만든 피아노 연주 CD를 팔아 마련했다. 수소문 끝에 출전팀과 장소를 확보, 지난 7월 17일 개최한 제1회 대회에는 수십명의 학교 친구가 자원봉사자로 운영을 도왔다.

19일 한국중등교육협의회 등이 주관하는 제5회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대회에서 대상인 '친선 대사상'을 받은 대원외고 윤도진(尹道鎭).이재원(李裁原).이현석(李賢碩)군이 주인공.

고교 1학년 때 서울 서초구의 다니엘 복지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봉사 동기생'이다. 한달에 두 차례 허드렛일을 돕다가 지난해 초 정신지체 장애인들과 어울려 농구를 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꿈이 제대로 된 농구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뛰어보는 것이란 걸 알았어요."

삼총사는 곧바로 '그들만의 농구대회'를 기획했다. 尹군이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삽입곡 등 9곡이 든 피아노 연주 CD를 만들었고, 현석.재원군은 판매와 기획.섭외를 맡았다.

삼총사는 CD 2천장을 친구.친지에게 팔아 후원금 2천만원을 모았다. 운동용품.음료회사에서 유니폼과 음료수 지원도 약속받았다. 대회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을 도울 60여명의 자원봉사자도 모았다.

대회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교 체육관에서 은평재활원 등 6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제1회 서울시 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배 정신지체장애인 농구대회였다.

자원봉사대회 심사를 맡은 강영훈(姜英勳) 전 총리는 "신세대적인 발상과 추진력을 높이 샀다"고 평가했다. 尹군 등은 "변변찮은 CD를 받으며 흔쾌히 도와주신 어른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사진=박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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