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민정 총재 자격」초청에 야당도 냉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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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의 김일성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지도급인사들로 구성된 「남북 정치협상회의」를 가까운 시일 내에 열자고 제의하고 이를 위해 4당 총재들과 김수환 추기경 등을 초청한다고 밝히자 정부 당국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들.
한 당국자는 4일 『김일성의 그 같은 발언은 아직도 남한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북측이 최근 취한 각종 남북 대화제의가 진실성이 없다는 것을·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
다른 당국자는 『우리측이 정상 회담문제를 「지나치게」들고 나오자 이를 치고 나온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
그는 『지난 48년부터 제기해온 정치협상에 40여 년 간 끈질기게 집착하는 일관성은 어느 면에선 평가할 만하다』며 『그러나 북측이 계속 이같이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하는 한 남북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 아니냐』고 전망.
한편 각 정당에서도 이 같은 김의 신년사에 냉담한 반응.
민정당은 4일 오전 당직자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뤘는데 회의 후 박희태 대변인은 『공식 초청한다는 것도 아니고 여러 전제 조건을 붙여서 하는 상투적인 것』이라며 『이 같은 오만 불손한 방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일축.
김대중 평민당총재도 노 대통령의 민정당총재 자격 초청에 대해 『남한 현실과는 맞지 않는 제의』라고 부정적 반응.
박관용 국회통일 특위위원장(민주)은 『이번 제안은 지난번 남북 국회회담 준비접촉에서 북한측이「팀스피리트」훈련을 내세워 대화에 어려움을 주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 『우리의 내부혼란을 야기하는데 주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
김종필 공화당총재도 『한국의 대통령을 한 당의 총재자격으로 만나자고 하는 등 아전인수식 자기류의 정세 판단을 하고 있다』며『김일성의 제의를 보니 역시 남북문제엔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는 느낌이 든다』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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