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로선 처음으로 서울시와 함께 자원봉사 활동에 나선 서울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11일 서울 지역 한 재활원에서 지체장애 아동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제훈 한국자원봉사 포럼 회장도 함께 자원봉사를 했다. 이 회장은 "개인이든 노조든 기업이든 남을 돕는 건 흐뭇한 일"이라며 "노조가 투쟁만 하는 게 아니라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도 눈을 돌려 기쁘다"고 말했다.
노조가 변하고 있다. 회사 측에 뭔가를 요구하고, 싸우는 데만 익숙한 모습이 더 이상 아니다. 어려운 이웃과 주변 사람들을 돕는 노조 차원의 나눔봉사가 시작되고 있다. 정길오 한국노총 본부장은 "노동 조건이 이만큼 좋아진 데는 국민이 참아줬기 때문이니 노동계도 받은 만큼 베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노조원도 시민이다"=서울노총은 지난달 17일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 활동의 생활화와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서울노총은 19일 25개 팀으로 꾸려진 봉사단 발대식을 했다. 각 팀은 매주 저소득 계층의 집을 고쳐주고, 결식아동의 식사와 과외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S-오일 노조는 전 조합원이 '1인 1봉사 계좌 갖기 운동'을 펴고 있다. 이 운동으로 매달 500여만원, 연간 6000여만원이 적립되고 있다. 이 돈은 전액 재활원과 청소년보호시설, 노인무료급식소, 모자가정, 소년소녀가장, 혼자 사는 노인 등에게 지원된다. 국민은행은 3월 16일 노조 행사 때 축의금으로 모은 1000만원을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 달라"며 서울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에 기탁했다. 또 복지관 1층에는 사랑의 공부방을 설치했다.
◆ 노사가 함께 돕자=LG전자노조는 지난해 한국복지재단과 손잡고 조손가정 100세대를 선정해 1500만원을 지원했다. 회사 측도 "그럼 우리도 돕겠다"고 나섰다. 노조와 회사는 '사회 공헌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기왕 봉사활동을 할 바에야 확실하게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우선 LG전자노조가 경영 성과급으로 받은 7억5000만원을 내놨다. 그러자 회사도 같은 액수를 내 15억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이 중 4억8000만원으론 지난해 저소득 가정에 집을 지어줬다. 실업계 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저소득 가정의 중.고교생들에게 교복도 맞춰줬다.
우리은행에선 전 직원이 월급에서 1만원 미만의 끝전을 '어린이 사랑기금'으로 내고 있다. 지난달까지 1억9700만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매달 3000만원을 한국복지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노숙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노숙자 돕기 밥퍼'행사를 다일복지재단과 함께 전개하고 있다. 또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과 손잡고 '북한 씨감자 생산사업 지원을 통한 북한 어린이 돕기운동'도 펴고 있다.
김기찬 기자 <wolsu@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