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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받기 투쟁만 하는 줄 알았더니…이웃사랑 실천하는 '베푸는 노조'도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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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노조로선 처음으로 서울시와 함께 자원봉사 활동에 나선 서울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11일 서울 지역 한 재활원에서 지체장애 아동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 강동구 상일동 주몽재활원에 11일 오후 서울노총 소속 노조원 10명이 찾아왔다. 붉은색이 아닌 연두색 조끼 차림이었다. 이들은 지체 장애아들의 숙소인 재활원 곳곳을 걸레와 빗자루로 닦고 쓸어냈다. 아이들에게 밥도 먹였다. 박대수 의장은 "자원봉사에 처음 참여해봤다"며 "이런 활동이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이제야 눈을 떠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제훈 한국자원봉사 포럼 회장도 함께 자원봉사를 했다. 이 회장은 "개인이든 노조든 기업이든 남을 돕는 건 흐뭇한 일"이라며 "노조가 투쟁만 하는 게 아니라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도 눈을 돌려 기쁘다"고 말했다.

노조가 변하고 있다. 회사 측에 뭔가를 요구하고, 싸우는 데만 익숙한 모습이 더 이상 아니다. 어려운 이웃과 주변 사람들을 돕는 노조 차원의 나눔봉사가 시작되고 있다. 정길오 한국노총 본부장은 "노동 조건이 이만큼 좋아진 데는 국민이 참아줬기 때문이니 노동계도 받은 만큼 베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노조원도 시민이다"=서울노총은 지난달 17일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와 '자원봉사 활동의 생활화와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서울노총은 19일 25개 팀으로 꾸려진 봉사단 발대식을 했다. 각 팀은 매주 저소득 계층의 집을 고쳐주고, 결식아동의 식사와 과외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S-오일 노조는 전 조합원이 '1인 1봉사 계좌 갖기 운동'을 펴고 있다. 이 운동으로 매달 500여만원, 연간 6000여만원이 적립되고 있다. 이 돈은 전액 재활원과 청소년보호시설, 노인무료급식소, 모자가정, 소년소녀가장, 혼자 사는 노인 등에게 지원된다. 국민은행은 3월 16일 노조 행사 때 축의금으로 모은 1000만원을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 달라"며 서울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에 기탁했다. 또 복지관 1층에는 사랑의 공부방을 설치했다.

◆ 노사가 함께 돕자=LG전자노조는 지난해 한국복지재단과 손잡고 조손가정 100세대를 선정해 1500만원을 지원했다. 회사 측도 "그럼 우리도 돕겠다"고 나섰다. 노조와 회사는 '사회 공헌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기왕 봉사활동을 할 바에야 확실하게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우선 LG전자노조가 경영 성과급으로 받은 7억5000만원을 내놨다. 그러자 회사도 같은 액수를 내 15억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이 중 4억8000만원으론 지난해 저소득 가정에 집을 지어줬다. 실업계 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저소득 가정의 중.고교생들에게 교복도 맞춰줬다.

우리은행에선 전 직원이 월급에서 1만원 미만의 끝전을 '어린이 사랑기금'으로 내고 있다. 지난달까지 1억9700만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매달 3000만원을 한국복지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노숙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노숙자 돕기 밥퍼'행사를 다일복지재단과 함께 전개하고 있다. 또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과 손잡고 '북한 씨감자 생산사업 지원을 통한 북한 어린이 돕기운동'도 펴고 있다.

김기찬 기자 <wolsu@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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