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표시제란 식품 원재료나 성분을 모두 포장지에 적는 제도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어떤 재료를 썼는지 빠짐없이 공개하자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기업 입장에서 까다롭고 귀찮은 일일 수 밖에 없다. 표기 성분 하나하나가 매출에 민감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면 장점이 더 많다고 봐요. 중국산 같은 값싼 외국산 농산물에 맞서려면 원산지를 비롯해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 신뢰성을 더하는 길 밖에 없어요." 그가 식품업에 뛰어든 지 20년이 넘었다. 운동권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1984년 풀무원을 세웠다. 나중에 연세대에서 식품생물공학 박사를 받았다.
풀무원은 초창기 '청정'과 '토종'이란 개념을 내세워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동안 웰빙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까다로와졌다. 원산지가 어디냐 정도 따져보던 주부들은 첨가물의 종류까지 줄줄이 꿸 정도가 됐다.
소비자 의식이 정부나 기업을 앞서갈 경우도 있다. "정부 조치가 어쩌면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른다"고 남 사장이 말하는 이유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9월 거의 모든 식품에 완전표시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풀무원은 이보다 넉달 먼저 시행에 들어간 셈이다. '풀무원이 소비자나 당국의 환심을 사려고 너무 앞서간다'는 수근거림도 더러 있었다.
남 사장은 "안전과 관련된 사안일수록 앞서가야 마땅하다"고 받아쳤다.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가야지, 남의 뒤만 따라닐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영양성분과 알레르기 유발 물질 등 식약청 기준에 없는 내용까지 공개하기로 한 것도 앞서가려는 몸짓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식품 안전성 판단은 미국.유럽 기준을 준거로 했다. "된장.두부 같은 전통 먹거리는 서구의 전범(典範)이 없어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김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