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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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서 순창으로 가는 길. 한달음에 달려가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구태여 더디 가는 국도로 빠져들었습니다. 차창으로 획 스치는 풍경이 못내 아쉬워 뒷짐진 채 터벅터벅 걷기를 자청한 것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때문입니다. 은행나무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화석나무인 메타세쿼이아가 오월의 햇살 받아 하루가 다르게 푸름을 뿜어 댑니다. 아스팔트길이지만 숲 그늘마저 푸른 그 길에 폴폴 풍겨오는 싱그러운 내음은 더디 가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오월의 축복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시원스레 곧추 뻗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로 세 친구가 들어섭니다. 이른 새벽이라 고즈넉하던 길이 이내 왁자지껄해집니다. 무에 그리 좋은지 연방 터지는 웃음이 길을 메웠습니다. 그중 한 친구는 삼각대를 펼치고, 나머지 둘은 모델인 양 한껏 폼을 재더니 어느새 어깨동무를 하고 뛰기까지 합니다. "광주에서 새벽길을 달려 왔지라. 디카 동호회 친구인디요. 서로 기념사진도 찍고, 모델도 되어주고 그라지라잉." 새벽길을 함께 갈 친구가 있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거니와 그 진한 우정이 녹음만큼이나 풋풋합니다. 이 길에선 카메라의 수평과 수직을 잘 맞추어 나무가 기울어져 보이지 않게 해야 안정감이 있습니다. 더구나 주변부 왜곡이 심한 광각 렌즈 사용 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 한편 망원렌즈는 나무가 겹쳐 보이기 십상이니 적당한 역광을 이용해 입체감을 살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역광을 잘 이용하면, 숲 그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은 바깥부분이 노출 과다로 하얗게 변해 '뽀샤시'한 느낌이 나게 됩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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