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원전 재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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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 각국이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6일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영국산업연맹(CBI) 연례 만찬에서 "미래 에너지원으로 차세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BBC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에서는 1960~70년대에 건설된 10여 개의 원자력발전소가 국내 전력생산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일부 원전은 단계적으로 폐쇄될 계획이다.

블레어 총리는 또 "중동이나 러시아에 가스와 석유 공급을 의존하다 보면 영국의 안보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 (원전 건설과 같은) 장기적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이 현재 가스 수요량 중 90%를 자급하고 있지만, 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2025년께에는 가스 자급률이 1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에너지안보 차원 외에도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차세대 원전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블레어 총리는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7월 새 에너지 정책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풍력.태양력 같은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확대 ▶기업과 개인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 등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딕비 존스 CBI 사무총장은 "총리가 원자력 발전을 미래의 중요 의제로 확실하게 내세운 것은 전적으로 옳다"며 블레어의 발언을 지지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풍력.수력.태양 에너지 등 재생 가능한 대체 에너지를 적극 개발하면 영국의 미래 에너지 수요 충족과 온실가스 배출량 축소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원전 추가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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